메뉴 건너뛰기

'추적단 불꽃' 활동가, '서울대 N번방' 잠입
'미모의 서울대 출신 아내를 둔 남성'으로 신분 위장
3월 15일 오후 11시 서울대입구역 인근으로 속옷을 찾으러 나타난 범인.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제]

서울대에서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하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됐다. 과거 경찰은 서울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들의 범죄를 네 차례 수사했음에도 잡지 못했다. 뒤늦게 범인들이 붙잡히게 된 배경에는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을 알린 활동가 단체 ‘추적단 불꽃’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졌다.

◆경찰, “익명성 높은 텔레그램 특성 상 범인 특정 어려워”=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 등 수십 명의 사진으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30대 남성 박모 씨와 강모 씨를 지난달 11일과 이달 16일 각각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 등이 만든 음란물을 텔레그램에서 공유받아 재유포하고 지인들을 상대로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유포한 남성 3명도 이달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경찰에 검거된 올해 4월 초까지 대학 동문을 비롯한 여성 48명의 졸업 사진 또는 SNS 사진을 나체 사진 등에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를 받는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혐의(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소지 등)도 있다.

박씨는 강씨로부터 합성 음란물과 함께 피해자 신상정보를 받아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면식 없는 사이였으나 범죄를 저지르며 서로를 "한 몸"이라고 지칭하거나 "합성 전문가"라며 치켜세우는 등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일부가 각각 서울 서대문·강남·관악경찰서와 세종경찰서에 개별적으로 고소했으나 경찰은 "익명성 높은 텔레그램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며 수사 중지·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박씨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에도 범행을 계속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뉴스1


◆추적단 불꽃 원은지씨와 공조해 범인 검거=
이에 지난해 12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지시로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텔레그램에서 음란 사진 합성 및 유포자를 쫓는 과정에서 추적단 불꽃 소속 원은지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원씨와 공조한 끝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N번방 사건을 추적했던 원씨는 이번에도 범인을 잡기 위해 ‘서울대 N번방’에 잠입했다. 원씨는 박씨와 대화하기 위해 '미모의 서울대 출신 아내랑 결혼한 30대 남성' 신분으로 위장해 텔레그램에 잠입했다. 원씨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계속 (텔레그램 1대1 대화방에서) 대화를 하면서 신뢰 관계를 쌓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원씨의 가상 아내에게 집착하며 “내가 아내를 강간해도 괜찮으냐”고도 물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원씨의 ‘가상의 아내’의 팬티 사진을 보내달라는 데 이어, 실제 속옷을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이에 원씨는 "진짜 주겠다"고 약속하며 박씨를 유인해냈고, 경찰은 속옷을 숨긴 장소에 나타난 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원씨는 "박씨가 ‘나 가지고 장난하는 거면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버린다’며 종종 협박 했었다"라며 “그럼에도 제보를 결심한 것은 이 범죄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라고 전했다. 이어 “김T 검거를 계기로 ‘지인능욕’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을 버리고 범죄의 무게에 맞는 이름을 갖고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501 "6천만 원 호화 기내식"이라더니‥"기내식 비용 3분의 1" 전면 반박 랭크뉴스 2024.06.07
22500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나훈아였다…“기타 쳐주고 다정했던 사람” 랭크뉴스 2024.06.07
2249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전쟁 도발 행위"…서울 도심 촛불 집회 랭크뉴스 2024.06.07
22498 "한국 망했네요" 저출산 쇼크…노후 월급, 이만한 게 없다 랭크뉴스 2024.06.07
22497 서울대 이어 고대 병원도 전면 휴진 검토…‘도미노’ 우려 랭크뉴스 2024.06.07
22496 바이든, 젤렌스키 만나 “추가지원 늦어 정말 미안하다” 첫 사과 랭크뉴스 2024.06.07
22495 美 5월 신규 고용, 27만2000명 증가…“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을 듯” 랭크뉴스 2024.06.07
22494 되살아난 ‘이재명 사법 리스크’…민주당 대응 전략은? 랭크뉴스 2024.06.07
22493 '대북송금·뇌물수수' 이화영, 1심 징역 9년 6개월‥"죄질 불량" 랭크뉴스 2024.06.07
22492 야 “재판부, 조작 주장 채택”…여 “실체적 진실 드러나” 랭크뉴스 2024.06.07
22491 美 5월 고용증가 27만2천명으로 반등…금리인하 기대 후퇴(종합) 랭크뉴스 2024.06.07
22490 성큼 다가온 여름‥해안가 인파 북적 랭크뉴스 2024.06.07
22489 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원 유출‥사적 제재 논란? 랭크뉴스 2024.06.07
22488 재판 지연에 ‘술자리 회유’ 주장까지·…1년 8개월 재판 속 논란들 랭크뉴스 2024.06.07
22487 포항 석유·가스 탐사 두고 여야 공방…“신뢰성 의심” vs “재뿌리기” 랭크뉴스 2024.06.07
22486 상법 개정땐 R&D·증자도 소송대상…기업 미래 묶인다 랭크뉴스 2024.06.07
22485 나경원 "봉숭아학당 반대"… 與, 지도체제 변경 가능성에 역풍만 랭크뉴스 2024.06.07
22484 인천 빌라서 아내 흉기로 찌른 남편…옥상서 자해 시도 랭크뉴스 2024.06.07
22483 "주말마다 비오네"…밤부터 전국에 천둥·번개 동반한 비 쏟아진다 랭크뉴스 2024.06.07
22482 ‘신세기 에반게리온’ 만든 일본 애니 제작사 가이낙스 파산 랭크뉴스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