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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당원과 일상적 소통 창구 개설 검토”
당내 ‘당원 참여’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 의견도
‘강성 의견 과다대표’ 우려에 “그게 집단지성” 이견
3일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백승아(앞줄 오른쪽)·김태선 당선자가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공식 조직으로 ‘당원주권국’(가칭) 신설을 추진하는 등 당원 권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대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자를 꺾은 뒤 당원들의 탈당과 반발이 이어지고 당 지지율까지 하락하자 내놓은 조처다. 민주당은 “당원 민주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과다대표될 경우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떠날 결심을 한 오랜 동지들께 보내는 편지’를 올려 “당 운영과 당내 선거, 공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강화하는 방안, 당원국 설치 등 당원과의 일상적 소통 참여 창구를 만드는 방안까지 모두 열어놓고 제안받고 검토하고 또 토론하겠다”고 약속했다. 22대 국회 민주당 당선자들도 이날까지 충남 예산군의 한 리조트에서 1박2일 동안 워크숍을 진행한 뒤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드는 길에 더욱 노력한다. 당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한다”고 결의했다.

민주당은 김윤덕 사무총장 산하에 ‘당원주권국’(가칭)을 신설해 당원 권한 강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또 17개 시·도당 위원장을 뽑을 때 권리당원 비중을 더 높이는 등(현재 권리당원과 대의원 각 50%),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 권리당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도 검토 중이다. 김민석·장경태 의원과 양문석 당선자 등은 의원들만 투표하는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도 당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런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지난 16일 국회의장 후보 경선 후폭풍에 따른 것이다. 당원들 사이의 지지가 많았던 추미애 당선자가 의원들만 투표하는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의원들이 당원 뜻을 거슬렀다’고 반발하는 당원들의 탈당 사태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편지에서 “탈당자 총수가 2만명을 넘어서는 것도 문제지만, 탈당자 중에는 민주당과 함께 수십년 풍파를 견뎌오신 백전노장들이 많아 당혹스럽다”고 했다. 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위기감에 영향을 미쳤다.

사실 국회의장 경선은 그 흐름을 가속화한 계기일 뿐, 최근 몇년 사이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으로 재편돼왔다. 특히 ‘당원이 주인’임을 강조하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민주당은 당원 구성도, 당내 의사결정 구조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1회 이상 당비를 낸) 당원이 250만명이나 되는 정당이 세계사적으로 없다. 전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온라인 활동, 디지털 커뮤니티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체제에서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듣는 게 민주당 재집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규정을 바꿔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3배가량 높인 바 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원 권한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당 지도부가 내놓은 구체적인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당대표, 최고위원, 시·도당 위원장 같은 당직은 당원들이 뽑는 게 맞다. 선출직 공직자(대통령·국회의원 등)는 국민이 후보를 좋아할지 판단해야 되기 때문에 민심을 반영한다. 원내직(국회의장·원내대표 등)은 국회의원이 뽑는다. 이 세가지는 민주당이 오랫동안 만든 선출 과정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 다선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당원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단순한 대리인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참여와 권한 강화를 요구하는 당원 다수가 강성 지지층이어서 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경우 전체 당원이나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다선 의원은 “당원 자격 조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이들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 120~130만명이 한 당에 소속돼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집단지성이라고 보지 않으면, 누굴 집단지성이라고 보고 누굴 중도층이라 할 수 있냐”고 반박했다.

직접 민주주의가 ‘절대선’이냐는 고민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 당헌·당규상 당원의 권리는 대부분 보장돼 있다. 하지만 당원이 의견을 내더라도 그걸 수용해 안건으로 만드는 기구가 없다”며 “굵직한 의제를 놓고 지역당에서 당원 토론이 일상화돼, 직접 민주주의를 넘어선 숙의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선거에 몇퍼센트를 더 반영한다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당원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당원들이 일상적으로 당을 들여다보고 의견을 표출하고 그게 수렴돼 반영되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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