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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방콕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싱가포르 항공기(SQ321) 내부 모습. SQ321은 미얀마 인근 상공에서 만난 강한 난기류로 승객 80여명의 다치고 1명이 사망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방콕에 비상착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강한 난기류를 만나면서 승객 1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자 전 세계 항공기상 당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난기류의 위력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한반도 상공 역시 난기류의 위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가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SQ321)가 미얀마 상공 1만 1300m를 지나가던 중 극심한 난기류를 만나 2㎞ 가까이 급강하했다. 이후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8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가운데 70대 영국인 남성 1명이 기내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주요 항공사 여객기에서 난기류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보 어려운 청천난류, 기후변화와 함께 증가
이번 사건은 마른하늘에 나타난 난기류 즉, 청천난류(CAT·Clear-air turbulence)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천난류는 구름과 같은 시각적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공기의 역학 운동이 유발하는 난류로, 예보가 어려워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항공기상청이 청천난류를 예보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모든 청천난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허복행 항공기상청장은 “한반도 주변 상공에서도 매우 강한 난기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예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난기류가 증가하고, 아울러 청천난류도 잦아진다는 것이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대기 속 수증기가 증가하고 대류 활동도 심화하기 때문이다. 영국 레딩대학 연구진은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대서양 횡단 항공편이 겪은 강한 난기류가 55%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폴 윌리엄스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대기 상태가 이전보다 심한 파동을 겪는 현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제트기류 발달’ 한반도, 청천난류에 더 취약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가는 모습. 뉴스1
한반도 주변 상공에서는 중강도 이상의 청천난류 발생 빈도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22년 12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청천난류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결과, 미주와 유럽 지역보다 동아시아에서 2배 더 자주 발생했다고 밝혔다. 향후 청천난류의 증가 추이도 동아시아가 2배 더 빠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동아시아 상공의 제트기류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천난류는 주로 강한 제트기류 탓에 발생한다. 중위도 남쪽 대류권 공기는 더 따뜻해지고, 중위도 북쪽 성층권 공기는 더 차가워지면서 그사이에 위치한 제트기류가 강화한다는 원리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 상공의 제트기류 강화 영향으로 향후 우리나라에서 미주로 비행하는 태평양 상공 경로에서 청천난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강력해지는 난기류에 대비하기 위해 항공기상청은 250억 원 규모의 '나래웨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 위험기상 상세 예측, 항공과 기상정보 자동감시·분석 등을 통해 난기류 예보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허복행 항공기상청장은 “우리나라 같이 대륙 동안부에는 제트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청천난류에 취약하다”며 “청천난류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예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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