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은 23일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데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에선 오는 28일 본회의 재표결 때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위한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야당은 정녕 채상병 사건을 빌미로 ‘탄핵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냐”며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탄핵 운운하고 장외집회를 여는 것이 민주당이 원하는 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한 젊은 병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오로지 정치공세용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정 혼란을 부추기고 정권을 흔들기 위한 탄핵 주장을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대장동 개발비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사건으로 3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이 나기 전에 윤 대통령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용태 비대위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특검만 선이고 수사는 악’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려는 것 같다”며 “결국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하고 국정 공백을 일으켜 본인들이 정권을 장악하겠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당선인도 YTN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지금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으로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빨리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회의 재표결에 앞서 마지막까지 이탈표 단속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도 전임 원내 지도부와 함께 본회의 참석을 독려하고 반대표 행사를 당부하는 연락을 돌리기로 했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데 대한 비판도 계속 나온다. 특검법에 찬성한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론이라는 것은 힘없고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당의 운명을 걸고 세워야 하는 것”이라며 “그 따위 당론에는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다는 변수가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재가결에 필요한 17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일보

박성영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