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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K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씨가 자신의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백억 원 가량이 1990년대 초반 SK그룹 측에 전달됐다고 밝혔습니다.

노 씨는 이 비자금이 SK그룹의 증권사 인수 등 사세 확장에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호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988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그룹 아들의 결혼.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3년 퇴임 후 비자금 사건과 12.12 가담으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반면 SK그룹은 이동통신사업 등을 발판으로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순탄하게 보였던 결혼생활에 파경이 찾아왔습니다.

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돌연 혼외자가 있다며 이혼을 발표했고, 2022년 12월 1심은 재산 분할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에서 노 관장 측은 5조 원대로 추정되는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여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습니다.

[노소영/아트센터 나비 관장/지난달 : "모든 부분에 대해서 다 양측이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서 종합적 변론을 했습니다."]

노 관장 측이 꺼낸 카드는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이 사돈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 원, 사위인 최 회장에게 32억 원 등 모두 343억 원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증거로 최종현 선대회장이 돈을 받으며 증빙으로 준 약속어음과 메모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92년 증권사 인수에 637억 원이 들었는데 이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쓰였다는 주장입니다.

또 최태원 회장이 SK(주)의 지분을 매입하던 1994년에 결혼 지참금 10억 원을 전달했고, 1997년 주식 매입 관련 증여세를 낼 때도 1억 3천만 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노 관장은 재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말년에 병석에서 사위가 찾아오길 기다렸다면서 선친의 존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 관장은 혼인 기간 36년 동안 그룹 성장에 기여했고, 최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데 전 대통령 사위라는 영향력이 작용했다며 현금 2조 원대의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앵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노소영 관장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시 증권사 인수 대금은 계열사 자체 비자금이었고 노 관장측이 제시한 어음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자금으로 건넨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서 김범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노소영 관장과 마찬가지로 2번의 항소심 재판에 모두 참석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SK그룹 회장/지난달 16일 : "(재판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님들이 다 이야기하셨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그룹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증권사 인수 자금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닌 그룹의 비자금, 즉 계열사 부외자금이었고, 자금의 성격상 관련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경그룹(현 SK그룹) 임원/1995년, KBS 뉴스9 : "6백억 원은 최종현 회장이 마련했어요. 사채시장에서 빌리고, CD도 팔고 해서 최 회장이 마련해 준건데…."]

노 관장 측이 제시한 어음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활동 자금 성격으로 건넸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식 매입에 결혼 지참금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노 관장 측의 주장에 대해선 "재벌가에서 2억 8천만 원이 없어서 사돈의 비자금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른바 '6공 특혜'는 없었다며 오히려 특혜 시비 탓에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하는 등 손해를 봤다는 입장입니다.

최 회장은 재판에서 자신의 결혼 탓에 그룹이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잘못 인식됐다며 이번 판결이 오명의 굴레를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는 오는 30일 내려집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앵커]

그럼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이호준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SK가 비상경영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한국 재벌 특유의 오너리스크까지 겹쳤군요.

지금 SK측의 증권사 인수 자금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거죠?

[기자]

이 소송에서 쟁점은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부인인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느냐인데요.

노 관장은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건넨 비자금이 최 회장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자신 역시 기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대로 최 회장은 SK그룹 주식은 모두 선대 최종현 회장에게 받은 것이니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증권사 인수 자금도 선대회장 당시 그룹의 비자금이었다, 이렇게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30년도 더 지난 일이라 양측 모두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전직 대통령 비자금이든 기업의 비자금이든 합법적 자금이 아닌건데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일단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추징금 2천6백여억 원을 완납했고, 이 사안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노 전 대통령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모두 이미 고인이 됐기 때문에 다시 수사가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재판 과정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 사례도 거론되고 있다는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언론에서도 두 이혼 소송을 비교하는 기사가 많았는데요.

실제로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은 이부진 사장 이혼 때 삼성물산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 것처럼 자신의 보유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주식은 결혼 후 취득했고, 혼인 기간도 이부진 사장의 경우보다 긴 36년이라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심에서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요.

2심에서 노 관장은 재산분할을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꿔서 약 2조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심 선고는 다음 주 목요일로 예정돼 있는데요.

어떤 결론이 나오든 양측 모두 상고해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신남규 정광진 김철 강정희/그래픽:노경일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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