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범행 장소를 물색하며 상가 주변을 서성거리는 남성.

지난해 12월 15일 새벽 2시 30분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노래방에 마스크와 검은 모자를 눌러쓴 한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노래방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업주인 60대 여성만 혼자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남성은 갑자기 둔기를 휘둘러 업주가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금고 안에 있던 현금 56만 3천 원과 신용카드 2장을 챙겼습니다.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업주를 구석진 방으로 끌고 가, 흉기로 여러차례 찔러 끝내 숨지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간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빼앗은 돈 가운데 50만 원으로 밀린 월세를 내고, 나머지 돈으로 생필품을 사는 등 태연하게 일상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범행 42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의 정체는 55살 전 모 씨였습니다.

강도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55살 전 모 씨.

■ "술 취해 기억 안나" 주장했지만...치밀했던 범행

체포 이후 전 씨는 "술에 취해 범행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만취 상태의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엔 전 씨의 행동은 대담했고, 치밀했습니다.

그는 범행 전 6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청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적이 드문 상가를 찾는 등 범행 대상을 물색했습니다.

마지막 범행 장소에서도 손님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자,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2시간 가까이 계단에서 기회를 엿보기까지 했습니다.

범행 직후에는 피해자의 혈흔이 있는 묻어 있는 바닥을 닦거나, 노래방 영업이 끝난 것처럼 불을 모두 끄고 나오는 등 치밀하게 은폐를 시도했습니다.

또 범행 당시 입었던 옷과 흉기도 CCTV가 없는 곳에 버렸습니다.

전 씨의 범행 전후 행적에서 계획 범죄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그의 집에서는 도검 6자루 등 불법 무기류도 여러 점 발견됐습니다.


■ 법원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무기징역 선고

청주지방법원 제22형사부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씨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강도살인죄에 대한 그동안의 판례나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장 강한 처벌을 내린 겁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의 양형에 대해 상당한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이며, 헌법을 비롯한 우리 법체계가 보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라면서 "재산을 목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강도살인죄는 반인륜적 범죄로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어떤 이유로도 절대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에게 평생 속죄하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304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D-2, 민주당 총력전···“여당 이탈표 더 나올 것” 랭크뉴스 2024.05.26
26303 더 거세진 '배달 전쟁'...쿠팡이츠, 또 '파격' 서비스 내놨다 랭크뉴스 2024.05.26
26302 윤 대통령 “한·중 공동 이익 추구하자”···리창 “서로 성공 지원하는 파트너 되고 싶다” 랭크뉴스 2024.05.26
26301 [속보] 윤 대통령·리창 총리, “FTA 2단계 협상 재개…초국경 범죄 협력 강화” 랭크뉴스 2024.05.26
26300 8개월 만에 만난 한중 정상 "교류·협력 강화"‥"좋은 이웃 되고 싶다" 랭크뉴스 2024.05.26
26299 김진표 “연금개혁 원포인트 본회의” 제안…여야,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연금 개혁 줄다리기’ 랭크뉴스 2024.05.26
26298 구속된 김호중, 까다로운 혐의 입증에 수사력 모으는 경찰 랭크뉴스 2024.05.26
26297 [속보] 한·일 정상, “양국 간 수소·자원 협력 대화 신설” 랭크뉴스 2024.05.26
26296 개혁신당 첫 원내대표에 천하람…“여론의 캐스팅보트 정당 될 것” 랭크뉴스 2024.05.26
26295 한일 정상 "관계 도약 전기 마련해야"‥"신뢰 바탕 셔틀외교 지속" 랭크뉴스 2024.05.26
26294 [속보]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초국경 범죄 대응 협력 강화” 랭크뉴스 2024.05.26
26293 [단독] ‘김건희 수사’ 검찰 빈손…CCTV·방문객 명단 확보 못 해 랭크뉴스 2024.05.26
26292 유승민 "이재명 얄팍한 술수…20살이 연금 못받는건 똑같다" 랭크뉴스 2024.05.26
26291 518호·615호 등 전망 좋은 ‘로열층’ 주인은…국회의원실 배정의 정치학 랭크뉴스 2024.05.26
26290 트럼프, 자유당 전당대회서 '최악 대통령' 야유받아 랭크뉴스 2024.05.26
26289 중국 간 푸바오, 목줄에 탈모?···비공개 '접객' 의혹 확산 랭크뉴스 2024.05.26
26288 尹 "내년에 한일 역사적 전기"…기시다 "신뢰 바탕 셔틀외교 지속"(종합) 랭크뉴스 2024.05.26
26287 법원 “방통위 2인이 YTN 최대주주 변경한 건 위법 여지” 랭크뉴스 2024.05.26
26286 박명수도 "남 가슴에 못 박지 마"…구독자 18만 날린 피식대학 랭크뉴스 2024.05.26
26285 사교육 줄이려면 “학교에서 ‘선행학습’ 해야한다” 파격 주장, 왜? 랭크뉴스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