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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KBS와 인터뷰 중인 줄리 북한인권 미 국무부 터너특사

미 국무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줄리 북한인권 미 국무부 터너특사가 21일부터 방한 중입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세 번째 한국 방문입니다. 북한으로의 외부 정보 유입을 적극 지원해온 북한인권 특사는 방한 후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정보를 갈망하고 있다"며 "바깥에서 온 정보를 접했을 때, 뇌에 '전구가 켜진 듯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통제 강화로 정보를 들여보내기가 더 어려워졌지만 새로운 방법을 찾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내일(24일)은 1977년 고등학생이던 김영남 씨가 전북 군산 해안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됐던 현장을 방문합니다. 김 씨는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와 결혼한 인물입니다. 전후에 납북된 500여 명의 한국인은 국내에선 거의 잊혀져가지만, 일본은 자국 납북자 생사확인과 송환 등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추진 중입니다. 북한인권 대사는 납북자 문제야말로 한미일이 공통으로 겪은 현안이라며 3국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터너센터 전시관을 인터뷰 장소로 택했습니다. 탈북민 증언 등 북한 인권침해 기록을 모아 둔 공간으로, 미국 정부 지원을 받은 전시물도 있습니다. 한국계 입양인인 터너 대사는 2003년부터 20년간 국무부에서 탈북민 보호와 북한 인권 증진 업무를 맡아온 전문가입니다. 30여 분의 인터뷰 중 방송에 싣지 못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이번 방한에서 50년 전 고등학생이 북한에 납치됐던 현장을 방문합니다. 지난 2월 피해자 가족에게서 초청을 받았죠.
▶ 줄리 터너 미 국무부 특사 : 일본에서 요코타 메구미가 납치된 니가타를 방문한 직후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납북자는 저와 당신이 누리는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이번 초청은 납북된 수백 명의 한국인을 조명할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나 북한은 한국인 납북자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고 있고, 생사 확인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 납북자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탈북자나 난민이 납북자를 아는 경우도 있었고, 납북자 일부는 과거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했습니다.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도 납북자를 하나의 집단이라고 강조합니다. 북한 정부가 이 문제의 협상 테이블로 오도록 압박을 가할 수단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한미일 3국의 협력입니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북한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3국은 유엔에서 관련 결의안 내용을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등 납북자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상징하는 세 송이 물망초 배지. 터너 특사 등 방한단은 국내 방문 기간 이 배지를 달고 활동한다.

▷ '북한이 납북자를 전부 석방하면 대북 제재를 해제해달라.' 이 같은 일본 납북자 가족들의 요청에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반대하지 않았다고 이달 초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런 접근도 실제로 논의되고 있나요?
▶ 이번에 우리에게 처음으로 제시된 방안입니다. 최근 납북자 가족 단체 입장 변화가 반영된 것 같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한미일 3국 관계를 북한이 악용하거나 이간질하지 못하도록 함께 움직이고 같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북한이 2020년 전후로 사상통제법을 강력하게 시행 중입니다. 북한으로의 외부정보 유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 사상통제법 자체가 외부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북 정권은 두려워하고 있고 그 반작용으로 이러한 법이 생겼다고 봅니다. 북한 주민들이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갈망하는 건 분명합니다. 그 수요가 정보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외부 정보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외국 정보를 보고 '뇌에 불이 켜지는' 순간을 맞이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로부터 주입받은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 북 사회를 바꾸기에 어떤 종류의 정보가 가장 효과적입니까?
▶ 정보는 다양해야 합니다. (각성의 계기는) 누군가에게는 영화 '분노의 질주'였고, 누군가에게는 '타이타닉'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열차가 지연됐다는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부가 기차 지연 이유와 시간을 알려준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합니다. 본인은 가끔 고향 역에서 기차가 오지 않아 사흘간 서 있었다고요. 그렇기에 여러 유형의 정보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유용합니다.

▷ 지금은 라디오를 통해 정보를 보내거나 USB를 몰래 들여보내는 방식이 보편적이죠. 이 외에 다른 방법을 모색 중입니까?
▶ 국경 제한이 엄격해지면서 전통적 방식으로는 정보를 전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기술 발달로 정보를 공유할 방법도 더 많아졌습니다. 이런 변화 흐름에 맞춰서 가능한 많은 리소스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 위성이나 드론도 실행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나요?
▶ 저는 기술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 방식이 유용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유용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데에 투자하는 겁니다.

23일 북한 조선중앙TV 방송 화면.

▷ 대북정보 유입량을 지금보다 늘릴 계획입니까?
▶ 늘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 및 시민단체와의 협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 그러나 미 국무부 대북지원 예산은 줄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2021년에 비해, 지난해에 보조금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고요.
▶ 그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 정부는 수년 동안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왔으며 정보 유입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 중국이 최근 얼마나 자주 탈북자들을 북송했는지 파악하고 계신가요.
▶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지만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몇 국가는 탈북 난민과 망명자들을 강제 송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중국에서의 대규모 송환이 보도됐고요.

▷ 중국에 강제송환금지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다른 효과적인 방안은 있습니까?
▶ 중국은 탈북자들을 경제적 이주민이라고 강조하고 북으로 송환됐을 때 고문당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선 먼저 400페이지에 달하는 2014년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언급하겠습니다. 북한에서의 인권침해, 특히 많은 분량이 고문에 할애돼 있습니다. 또한 유엔난민기구가 중국에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탈북민이 (중국 주장대로) 단지 이민자인지, 아니면 망명 신청자인지를 평가할 매우 쉬운 방법입니다. 그들이 망명자인지 아닌지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 그냥 유엔 난민기구 접근을 허용하면 되지 않나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2주년이었던 올해 2월 16일 평양 만수대언덕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 인권 문제만 논의하는 조건으로라도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고 보십니까?
▶ 그렇게 희망합니다. 전제 조건 없이 인권이나 다른 모든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열린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이미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의 인권 개선 노력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 취임한 지 7개월입니다.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요.
▶ 북한 인권에 대한 대화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한국 외교부, 통일부,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특사 노력으로 이미 많은 성취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인권 위기가 터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는 장기간 지속되어 온,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상기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 바이든 정권 4년간 북한 내부 인권 상황 개선은 이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인권 문제 해결은 하나의 여정이며, 꼭 종착역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룻밤 사이에 비현실적인 도약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점진적 진전을 이룰지 생각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압력은 때때로 예상 못 한 진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일례로 2~3년간 탈북자들이 강제 낙태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북한이 정책을 바꾸었다던가, 장애인 인권침해가 공론화되자 2017년 북한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유엔 특별보고관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합니다.

▷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현재의 대북 인권정책이 유지될까요?
▶ 북한 인권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논의는 초당파적이며 이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이어져 왔습니다. 미국 북한인권법은 광범위한 초당적 지지를 받아 추진돼 온 드문 분야입니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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