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성장률 상향조정·美연준 신중론도 조기 인하 명분 줄여
경제전문가들 "연준 9월 내리면 한은도 10∼11월부터"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23일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5.23 [사진공동취재단]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날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았기 때문에,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조차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금리를 내려 역대 최대 수준(2.0%p)인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를 벌릴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3.50%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이날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에 3% 밑으로 떨어졌으나 사과와 배 등을 중심으로 과일값 불안은 이어졌다.
[email protected]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한은이 이날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룬 데는 물가와 환율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그래픽] 경제성장률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1.3%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email protected]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준의 태도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3.4%)이 3월(3.5%)보다 0.1%포인트(p) 떨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났지만, 연준 고위 인사 다수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 둔화세가 3∼5개월 정도 지속돼야 연말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연준이 일러야 9월께, 한은은 이후 10월이나 11월에야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두 나라 모두 연내 한 차례, 0.25%p씩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일러야 9월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인하 횟수도 연내 한 차례(0.25%p) 또는 두 차례(0.50%p)에 그칠 것"이라며 "연준의 인하 이후 한은도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텐데, 인하 횟수는 연내 한 차례(0.25%p)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email protected]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366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무기한 휴진 참여 400명 넘어” 랭크뉴스 2024.06.15
21365 2000 vs 2024…24년 만 푸틴의 평양行 어떻게 다른가 랭크뉴스 2024.06.15
21364 이태원참사 분향소 내일 이전…오세훈 "안전한 서울 만들 것"(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15
21363 여름철 단골손님 '냉방병' 증상과 예방법은? 랭크뉴스 2024.06.15
21362 "얼른 빚 갚아"…직장에 '후불' 배달음식 보내 독촉한 대부업체 랭크뉴스 2024.06.15
21361 부산 도시철도 역사 폭발물 의심신고…2호선 운행 한때 중단 랭크뉴스 2024.06.15
21360 BBC, 헬스장 ‘아줌마 출입금지’ 문구에 “특정 연령 그룹에 대한 불관용” 랭크뉴스 2024.06.15
21359 서울대 의대 비대위 “1000명 교수 중 400여명 휴진 동참” 랭크뉴스 2024.06.15
21358 "시킨 적 없는데" 회사로 배달온 의문의 음식…보낸 사람 알고보니 '대부업자'였다 랭크뉴스 2024.06.15
21357 핼러윈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내일 이전… 오세훈, 유족 위로 랭크뉴스 2024.06.15
21356 부산 도시철도역에 폭발물 설치 의심··· 전동차 운행 중단 랭크뉴스 2024.06.15
21355 싱가포르 해변 검게 뒤덮였다…유명 관광지 센토사섬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15
21354 김호중 교도소행은 피하나…35일만에 피해자와 합의 랭크뉴스 2024.06.15
21353 "왕 싸가지" "예쁜데 매너짱"…승객 태운 택시 '라이브방송' 논란 랭크뉴스 2024.06.15
21352 민주당 “검찰 독재정권의 조작수사··· 무너진 안기부 되돌아보라” 랭크뉴스 2024.06.15
21351 6·25 때 시작된 삐라戰… 투항 권유→ 체제 우위 선전→ 오물 살포 랭크뉴스 2024.06.15
21350 직장·집까지 찾아가 수 년간 스토킹··· 과거 직장 동료였던 30대 검거 랭크뉴스 2024.06.15
21349 日도 인정 "니가타현, 36년전 '조선인 사도 강제노동' 기술" 랭크뉴스 2024.06.15
21348 ‘주한미군 2만8500명 유지-한미동맹 강화’ 국방수권법안, 미국 하원 통과 랭크뉴스 2024.06.15
21347 직장·집까지 찾아가 수 년간 스토킹··· 과거 직장동료 30대 남성 검거 랭크뉴스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