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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복구시대' 배경 K콘텐츠 바람
'삼식이 삼촌' '수사반장 1958' '정년이'

"저출생·지방소멸 등 시스템 붕괴 우려 반작용" 
 어디서부터 잘못? 성찰의 목적지로 
 재건 희망·다양성 공존한 '덜 나쁜 시대'
 '꿈꾸는 청년' 판타지 제공도

복고 열풍으로 노년·젊은층 쌍끌이 전략 
해외서 높아진 K스토리 관심 적극 투자
배우 송강호(왼쪽 사진)와 이제훈(가운데), 김태리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한국전쟁 직후 복구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출연했다. 최근 공개된 '삼식이 삼촌', '수사반장 1958' 그리고 올 하반기 방송을 앞둔 '정년이' 속 세 배우의 모습. 디즈니플러스·MBC·tvN 제공


배우 송강호의 데뷔 후 34년 만의 첫 드라마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15일 공개)과 이제훈이 '젊은 최불암'을 연기해 관심받은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18일 종방)엔 공통점이 있다. 시대 배경이 모두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다.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김태리가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여성 국극(여성 배우들로만 이뤄진 공연) 단원으로 나오는 tvN 드라마 '정년이'도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이 다르지만 지난 2월 극장에 걸린 우파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까지 포함하면, 한국전쟁 후 격동의 공간을 주무대로 제작된 콘텐츠는 올해 네 편 이상이다.
전후 복구 시대가 요즘 K콘텐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새삼 떠오른 것
이다. 1991년 소련 붕괴 냉전이 종식된 지 30년을 훌쩍 넘은 지금, 전후 복구 시대를 배경으로 한 K콘텐츠가 줄줄이 제작되는 이유가 뭘까.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서 박두칠(송강호·오른쪽) 사장이 신문지에 싼 빵을 미국 유학파 청년 김산(변요한)에게 건네며 인사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21세기인데 "니네 밥 줄게"

이런 흐름은 저출생과 지방 소멸 등으로 국가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과 맞물려 있다. "삼식이 삼촌이라 불러 봐, 그럼 니네 밥 줄게." '삼식이 삼촌'에서 사업가 박두칠(송강호)은 사무실을 찾아온 건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전쟁통에서도 누구도 굶기지 않고 세끼를 챙겨줬다고 해서 '삼식이 삼촌'이라 불린다. 생계유지, 즉 '먹고사니즘'을 앞세워 뒷골목부터 정치권, 경제계를 주무르는 그를 통해 드라마는 격랑에 부닥친 시대를 보여준다. '삼식이 삼촌'의 대본을 쓴 신연식 감독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세상이고 그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늘 궁금했다"며 "
지금 '대한민국을 구성한 사람들의 원형은 어디인가'를 탐구
하고 싶었다"고 이 드라마의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렇게 전후 복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은
"한국 사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란 성찰의 목적지 역할
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혐오와 차별 문제가 확산하면서 '성장 뒤 우리가 잃은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전후 복구 시대로 가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시대가 한국 사회의 시발점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이 현상을 바라봤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고물가와 고금리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서민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데 따른 반작용"이라며 "현재의 위기를 그때 그 시절을 통해 성찰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이제훈(오른쪽 두 번째)은 '청년 최불암'을 연기했다. MBC 제공


"희망찬 청년, 그때니까 가능"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는 남한 단독 정부 수립 후 여러 이념이 충돌하던 혼돈의 시기였다. "박정희
군부 정권의 독재가 본격화된 196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존재했고 국가 재건의 희망을 찾아 분투할 수 있는 낭만이 살아 있는 시기
"(김헌식 중원대 사회문화대 교수는)라는 시선도 있다.

이렇게 꿈이라도 꿀 수 있었던 때 '수사반장 1958' 속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 박영한(이제훈)은 부패 권력을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고, '삼식이 삼촌'에서 청년 김산(변요한)은 "만들고 싶은 세상이 있다"며 국가 경제 갱생에 인생을 건다. '정년이'에서 소리에 재능이 있는 정년(김태리)은 돈을 벌겠다며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국극단 입단을 꿈꾼다. 드라마 평론가인 박진규 소설가는 "'
이번 생은 망했어'란 말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지금과 비교하면 그래도 뭔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던 시기
"라며 "
2020년대를 배경으로 박영한이나 김산, 정년이같이 희망찬 청년을 그리면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겠지만, 전후 복구 시대를 배경으로 판타지를 섞어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것
"이라고 콘텐츠의 달라진 변화를 짚었다.

올 하반기 방송을 앞둔 드라마 '정년이' 속 김태리의 모습. 드라마는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를 배경으로 소리에 재능을 지닌 정년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tvN 제공


1950년대로 '돈'이 몰린다

이야기 구성 면에서의 이런 장점들 덕에 전후 복구 시대를 배경으로 한 K콘텐츠엔 '돈'이 몰리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식이 삼촌'엔 300억 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방송사 간 편성 경쟁이 치열했던 '정년이'도 문소리, 라미란 등이 가세해 '여성판 블록버스터 시대극'으로 제작되고 있다. 시대극을 만들었던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면 노년뿐 아니라 복고 열풍의 일환으로 젊은 시청자도 끌어모을 수 있어 트렌디 드라마보다 오히려 투자가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는 '삼식이 삼촌'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했다. K콘텐츠 열풍으로 해외에서 식민과 전쟁 등 응축된 고통을 뚫고 일어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게 한국의 이야기, 즉 'K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변화다.

"생존자 있어서" 제작 고민

하지만 제작은 만만치 않다. 그 시절을 겪은 생존자들이 적지 않아 재현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소성현 '수사반장 1958' 미술감독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수많은 사진을 반복해서 봤다"며 "1950년대 말 경찰서 유치장 세트 등은 그 당시 경찰로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만들었다"고 제작 뒷얘기를 들려줬다. 최의영 '삼식이 삼촌' 의상감독은 "현존하는 그 시절 옷이 없어 원단부터 단추, 박음질까지 고민해 1,000여 벌의 옷을 5개월여 동안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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