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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설계공모 당선작
보행데크를 계획홍수위 아래 설치
건축기술가들 “안전에 문제 있다”
잠수교 설계공모 최종당선작으로 선정된 네덜란드 건축회사 아치 미스트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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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전용교로 바뀌는 한강 잠수교의 설계공모 당선작을 두고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 설계안에 들어 있는 공중보행데크가 수면과 너무 가까워 홍수 때 침수되거나 파손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시가 발표한 당선작은 잠수교와 반포대교 상판 중간에 800m 길이의 보행데크를 설치하는 안이다.

22일 토목학계와 건설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네덜란드 건축회사 아치 미스트의 당선작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에 포함된 보행데크는 계획홍수위(16.10m) 아래인 14.50m 높이에 설치하게 되어 있어 장마철 한강 수위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획홍수위는 홍수가 날 때를 예상해 산출한 물의 높이로 하천 구조물의 설치 기준이 된다.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한겨레에 “선정안은 계획홍수위 아래에 다리를 설치하기 때문에 하천설계기준 위반”이라며 “계획홍수위 아래 다리를 설치하면 침수 우려가 크고 물에 잠기면 물의 압력으로 파손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나온 하천설계기준을 보면 하천 구조물은 계획홍수위로부터 여유고(여유 높이)를 두고 설치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잠수교 보행데크는 반포대교 계획홍수위 16.10m로부터 2m의 여유고를 둔 18.10m보다 높이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반포대교의 하단 높이가 17.10~19.8m여서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잠수교 설계공모 최종당선작의 단면도. 공중보행다리 높이는 14.50m로, 계획홍수위 16.10m보다 낮다. 서울시 제공

잠수교 설계공모지침서. 서울시 제공

이 때문에 토목학계 등에선 “시민 안전에 직결되는 한강 교량을 디자인 측면을 강조하는 공모전으로 진행한 데서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수교 리모델링 공모전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인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술성과 상징성이 필요한 공공건축물의 경우 사전공모를 진행해 디자인을 먼저 확정한 뒤 사업계획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공모전 심사에는 건축사 3명, 건축학부 교수 2명, 경영학과 교수 1명, 공간 컨설팅 전문가 1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건축·구조·수리·운영 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기술검토위원회가 후보작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두차례 진행했지만 이들이 낸 의견은 참고사항이었다. 기술검토위원회에 참여한 구조 분야 전문가는 한겨레에 “첫 회의 때 하천을 통과하는 보행교는 건축설계 공모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기술 심사를 보이콧하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서울시 쪽에서 ‘심사위에서 충분히 고려될 테니 기술검토 의견으로 전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선작은 디자인 기획안이라 필요할 경우 변경할 수 있다”며 “전문가 협의를 계속해 안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보행데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선작을 토대로 10개월가량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한 뒤 2025년 착공해 2026년 4월 준공할 계획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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