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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구속영장 신청에도 공연 강행
"팬이었다니 부끄러워" 800명 탈퇴
팬카페 '비공개'... 일부 응원 올라와
"돈 되는 팬덤에 눈멀어" 여론 악화
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비공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음주 뺑소니' 혐의에도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을 지지했던 열성 팬들이 김씨의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돌아서고 있다. 김씨가 15만 명에 달하는 거대 팬덤에 기대 거짓말과 사건 은폐 등으로 일관하고 수익을 노린 공연을 강행하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팬이란 게 부끄러워"...800명 이탈



김씨 구속영장이 청구된 22일 오후 기준 김호중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의 회원 수는 14만9,836명가량이다.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전인 20일만 해도 회원 수가 15만 명을 넘었지만 이틀 만에 약 800명이 줄어들었다.

이번 사건 이후 팬카페를 탈퇴했다고 밝힌 A씨는 "김호중이 실망스러운 건 당연하다"며 "'다 괜찮다'며 김호중을 무조건 지지하는 팬카페 반응이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이었다는 B씨도 "'미스터트롯' 때부터 팬카페에 가입했고 어머니를 콘서트에도 보내드릴 만큼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며 "음주운전 자체도 문제인데, 그가 처벌을 회피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팬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져 탈퇴했다"고 했다.

다만 팬카페에는 여전히 김씨를 향한 응원 글과 스트리밍 인증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우리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내부에서 결속을 다지는 움직임도 보인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날 팬카페는 카페 멤버만 접속할 수 있도록 비공개 처리했다.

삐뚤어진 팬심 '비난'... 팬카페도 고개 숙여

가수 김호중의 팬카페에 올라온 한 팬의 옹호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씨는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 이후 음주운전을 전면 부인했다.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시키는 등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또 김씨가 몰았던 차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도 제거하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죄를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뺑소니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을 때도 "술잔을 입에만 대고 마시지 않았다" 등 거짓말을 계속 하면서 버텼고, 열흘여 뒤인 18~19일 경남 창원 공연을 강행했다. 공연 후에야 음주 뺑소니를 실토했다. 하지만 경찰의 출국금지 조치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도 김씨는 23~24일 서울 공연도 강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김씨의 행동이 국민 일반의 상식과 도덕 기준에서 벗어나면서 맹비난이 쏟아졌다. 김씨의 열성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옹호해왔다. 팬카페에는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얼마나 지쳤으면 그랬을까" "(음주운전 뺑소니를 한 게) 이해가 된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등의 반응으로 김씨를 감쌌다. 일부는 "공인이다 보니 주변 눈치를 보느라 많이 힘들 텐데 기도해 주는 게 팬이 할 일"이라며 응원까지 나섰다.

김씨와 김씨의 열성 팬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악화했다. 누리꾼들은 "편들 사람이 없어서 범죄자 편을 드냐" "음주운전으로 얼마나 많은 인명 피해가 생기는데 그걸 옹호하느냐" "삐뚤어진 팬심이 사회를 망친다" "돈 되는 팬덤에 눈이 멀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악화한 여론을 의식한 팬카페 운영진은 20일 오후 공식 사과했다. 이들은 "극히 일부 팬들의 의견이 마치 팬덤 전체의 의견인 듯이 무분별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통함이 있다"면서도 "한 점 변명의 여지 없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가수와 함께 공식 팬카페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영장심사인데 전날 공연 강행... 끝까지 반성 없나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설치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팬들 사이에서도 김씨가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의 팬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팬카페에 "진실을 말한다면 용서할 수 있다"며 "또 다른 거짓으로 넘어가려고 한다면 실망감을 돌이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의 소속사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에서 24일 오전 열린다.

법조계에서는 허위 진술 논란, 범인 도피 시도 등 조직적 증거 인멸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수차례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한 만큼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장심사에도 공연을 강행한다. 김씨 측은 이날 오후 "23~24일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 중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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