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옛 성폭법 특례조항 위헌성 여부 심리 중
위헌 결정 나오면 장애인 법정 증언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법정에 서지 않아도 그 증언을 재판 증거로 인정하는 특례 조항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가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면, 개정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애인의 경우 원치 않더라도 법정 증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2022년 2월 지적장애인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했다. 해당 사건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는 지난해 8월 헌재에 옛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이 재판에 적용될 조항이 위헌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있을 경우, 헌재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위헌심판 대상은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19세 미만일 때 혹은 신체·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를 위한 조항이다. 이런 피해자들의 경우엔 피해자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고, 진술조력인 등의 진술 진정성이 성립된다고 인정되면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을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난해 10월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사라졌고, 법이 바뀌기 전 기소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연관기사
• 과호흡에 자해까지... 증언대 선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들 눈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3008490001455)• 학대아동을 꼭 법정에 세워야 하나 [아침을 열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23009500002950)• 헌재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 진술 증거 채택은 위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22317590001996)

재판부는 A씨 사건에서 피해자가 법정 증언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이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A씨 변호인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이고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법정에서 직접 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항이 위헌 판단을 받게 되면 A씨 사건을 포함해 지난해 10월 성폭력처벌법 시행 이전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애인 피해자들은 법정에 서야 한다.

앞서 헌재는 2021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도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해를 진술하면 2차 피해를 당하는 건 맞지만,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반대신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헌재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위헌성 여부를 두고 엇갈린 반응
이 나온다
. 성폭력 재판부 경험이 있는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장애인 사건은 다른 성폭력 사건보다 형량이 훨씬 센데 반대신문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맞나 싶다"며 "피해자를 법정에 불러 장애의 정도 등을 보는 게 실체적 진실 발견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성폭력 사건을 다수 맡아본 이승혜 변호사는 "장애인들한테 거짓 사실을 주입하는 건 어려워 미성년자와 차이가 있다"며 "요즘엔 진술만으로 기소하는 경우도 드물고 2차 피해를 보호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내 첫 기후소송 2차 변론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결정이 바뀐 현행법의 위헌 논란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성폭력처벌법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장애인도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도록 규정하며, 별도 조항에서 신체·정신적 장애 등으로 공판에 참석해 진술할 수 없고 거짓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 수사기관 진술을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에선
개정법이 옛 법과 달리 '재판 출석 여부'를 전제로 하고 있어 현행법까지 위헌 심판 대상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성폭력처벌법 개정에 관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에 규정된 신체·정신적 장애는 법정에 출석해 진술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예시"라며 "장애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전보다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089 교육부, 추가 학기 개설하겠다지만···의대생 수업 복귀할까 랭크뉴스 2024.06.14
21088 “우크라와 끝까지 함께할 것”…G7, 500억 달러 지원 합의 랭크뉴스 2024.06.14
21087 이복현 금감원장 “고소고발 남발 ‘배임죄’ 차라리 폐지해야…기소 많이 해본만큼 내가 말하는 게 설득력” 랭크뉴스 2024.06.14
21086 법정 나온 이재명 "대북송금 기소, 희대의 조작 사건 될 것" 랭크뉴스 2024.06.14
21085 성교 통증 부르는 병…골반이 원인, 나이들수록 이 운동 [건강한 가족] 랭크뉴스 2024.06.14
21084 "성인방송 강요받다 숨진 내 딸…" 법정서 아버지 절규 랭크뉴스 2024.06.14
21083 야, ‘특검·국정조사’ 속도전…여 “수사 개입 의도” 랭크뉴스 2024.06.14
21082 '역대급'이라더니 벌써 내분?‥개원의 '휴진 신고'도 4% 그쳐 랭크뉴스 2024.06.14
21081 변협, '변호사 이재명' 징계 신청 각하…"3년 시효 지나" 랭크뉴스 2024.06.14
21080 연 120% ‘살인 이자’ 돈 갚으라 협박 일삼은 40대 구속…채무자 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6.14
21079 20개 의대 교수 단체도 “18일 휴진 동참”···응급실·중환자실은 운영 랭크뉴스 2024.06.14
21078 '야당 단독' 방송법 상정한 과방위, 김홍일 방통위원장 청문회 예고 랭크뉴스 2024.06.14
21077 푸틴 "우크라, 점령지 내주고 나토 가입 포기하면 내일이라도 휴전 협상" 랭크뉴스 2024.06.14
21076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선글라스 착용이 눈 건강에 중요한 이유? 랭크뉴스 2024.06.14
21075 쿠팡, 코로나 방역 실태 알린 직원 계약 해지… 법원 "부당해고" 랭크뉴스 2024.06.14
21074 '악랄한 불법 추심' 40대 여성 숨지게 한 사채업자 구속 랭크뉴스 2024.06.14
21073 변협, '변호사 이재명' 징계 신청 각하…"시효 지나" 랭크뉴스 2024.06.14
21072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현장조사 없이 시간만 더 걸렸다 랭크뉴스 2024.06.14
21071 대통령실 “푸틴 방북 전 과정, 한미일 공조 분석” 랭크뉴스 2024.06.14
21070 이복현 "삼라만상이 다 처벌 대상…배임죄 폐지 어렵다면 조건 엄격히 해야" 랭크뉴스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