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게티이미지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는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흘 만에 철회한 데 이어 이번엔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 면허제를 내놨다 하루 뒤 번복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20일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에서 고령자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고령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발이 커지자 자료에서 ‘고령 운전자’를 ‘고위험’으로 수정하고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500만 명에 가까워지면서 운전면허 갱신자격 강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진 건 맞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4만 건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 인구 진입으로 65세 이상 운전자 모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적잖다. 사실 지난해 가장 많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 운전자 연령은 65세 이상이 아니라 50대였다. 더구나 버스나 택시도 안 다니는 곳에 사는 어르신들까지 운전을 제한할 경우 적잖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생계형 고령 운전자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 유도에도 실적이 저조한 건 이런 현실적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불쑥 발표했다 다시 뒤집으면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직구 금지 사태로 여론이 안 좋은 때 똑같은 유형의 실수가 반복된 것도 안타깝다. 정부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일방적 발표 관행이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가 24일로 예정된 주택공급대책 발표를 돌연 연기한 것도 잇따른 정책 뒤집기 사태에 신중을 기하려는 모습이지만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선 비판받을 대목이다. 난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일조차 이렇게 미숙한 정부가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에서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대통령실부터 국민 앞에 더욱 겸손해진 뒤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211 역주행? 급발진? 9명 참변?… 시청역 사고 미스터리 투성이 랭크뉴스 2024.07.03
26210 사고 운전자 68세…‘고령 운전 안전성’ 논란 재점화 랭크뉴스 2024.07.03
26209 '극우 집권만은 막자' 佛 좌파-중도 단일화 바람 랭크뉴스 2024.07.03
26208 ‘인스타용’이라도 좋다… 서울국제도서전 역대급 흥행 랭크뉴스 2024.07.03
26207 美민주 하원의원도 "바이든 재선포기해야"…의원중 첫 목소리 랭크뉴스 2024.07.03
26206 美민주 하원의원도 "바이든 재선 포기해야"…의원 중 첫 목소리 랭크뉴스 2024.07.03
26205 검찰총장 “이재명 대표 방탄 위한 보복 탄핵” 랭크뉴스 2024.07.03
26204 윤 대통령, 김홍일 방통위원장 사퇴 수용···야당 탄핵소추에 또 꼼수 사퇴 랭크뉴스 2024.07.03
26203 "형, 급발진이야" 시청역 사고 운전자 사고 직후 팀장에 전화 왜? 랭크뉴스 2024.07.03
26202 美 FDA, 알츠하이머 치료제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승인 랭크뉴스 2024.07.03
26201 美, '쿠바 내 中 도청시설 확대'에 "주시 중…필요시 적절 조치" 랭크뉴스 2024.07.03
26200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채상병특검법 상정 여부 주목 랭크뉴스 2024.07.03
26199 언제, 어디서든, 나일 수도... '참사의 일상성'에 소스라친 시민들 랭크뉴스 2024.07.03
26198 "평소에도 역주행 잦았다" 증언 나온 '그곳' 역주행·급발진 미스터리 풀릴까? 랭크뉴스 2024.07.03
26197 [단독] "구속 상태 김만배가 대선 직전 이재명 캠프와 소통"… 검찰, 진술 확보 랭크뉴스 2024.07.03
26196 전공의 안 돌아오는데…의정 갈등에 정치권 '공공의대'로 가세 랭크뉴스 2024.07.03
26195 카자흐 SCO 정상회의서 시진핑-푸틴 회동…'한반도 문제' 논의 랭크뉴스 2024.07.03
26194 "터치폰, 비싸도 이 액정써라"…삼성 움직인 '20년 CEO' 그녀 랭크뉴스 2024.07.03
26193 '명품백' 보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기록물' 판단을 왜 연말로 미루나 랭크뉴스 2024.07.03
26192 파월 "인플레 진전" 평가에 美 S&P 지수 5,500선 첫 돌파 마감 랭크뉴스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