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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워크숍에서 ‘팬덤정치’ 강의와 질의 이어져
“부정적 요인 최소화하고 긍정 요인 되게 해야”
당내 권리당원 강화 방안 봇물
전문가들 “소수 목소리 과대 대표 우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충남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연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이른바 ‘팬덤 정치’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져 민주당이 추진하는 당원권 강화 방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회의장 경선의 후폭풍으로 강성 당원들의 이탈이 우려되자, 이들의 목소리를 더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과도한 방안까지 제시되면서, 학계에서는 민주당의 무리한 ‘당원 민주주의’ 시도에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충남 예산에서 열린 민주당의 제22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 두번째 세션 ‘실천하는 개혁국회, 민주당의 역할과 과제’에서는 팬덤정치에 관한 강의와 질의가 이어졌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 그리고 민주당’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팬덤 정치를 언급하며 “과거에는 당원들이 지도부 방침이 내려오면 전파·실천하는 수준에 만족했다면, 지금 당원들은 대정부투쟁과 시민운동, 대안 마련, 토론까지 하길 바란다”면서 “(당원들을) 강성 지지자라는 프레임으로 진단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 물결은 억누르고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부정적 요인을 최소화하고 사회 발전에 긍정적 요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당선인들은 팬덤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의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이에 대해 “(이같은 현상이) 선한 영향력을 미칠 방법을 찾는 것이 정당과 이 시대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윤종군 원내대변인이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근 혼란스럽기도 한 게 많이 정리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팬덤정치에 대한 민주당 당선인들의 관심은 최근 당원권 강화를 추진하는 당 움직임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분임토의에서는 민주당의 당원 확대 추세와 총선 당시 영향력, 당원들이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어느 정도로 참여해야 할지, 당원과의 소통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두고 플랫폼 운용 방안 등이 고려됐으나 당원주권국 신설 등 구체적 현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국회의장 경선 과정을 거치며 당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그 여론을 더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당의 강성 당원들이 국회의장 경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한 추미애 당선인이 떨어지자, 당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했다며 집단 탈당하는 모습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이재명 대표는 이같은 움직임에 적극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당원들과의 난상토론 행사에서도 “대중정당·국민정당으로 가는 길, 직접 민주주의 확장의 길은 피할 수 없다”며 “(민주당을)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개혁하는데 이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논의해보자고 권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원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그 영향력을 키우는 각종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현재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대 50으로 정했는데, 권리당원의 의사 반영 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책대의원대회의 활성화도 거론된다. 당의 정책을 결정할 때 의원들이 의총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들이 결정하게 하고, 그것을 당원들에게 추인받아 당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당법에 당원권과 관련된 규정을 추가해 당원권에 대한 존중을 규범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당 사무처는 당원들과 소통하는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경파들 사이에선 국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구상도 나왔다. 관례상 제1당이 해오던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 의사를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김민석 의원은 권리당원들의 의사를 10% 가량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장경태 의원은 20%를 제시했다. 양문석 당선인은 전날 50% 당심 반영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은 관례상 제1당이 뽑을 뿐이지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며, 선출 방식이 국회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당원권 확장 논의를 두고는 학계에서도 비판을 내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헌법이나 국회법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기에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라며 “(의원들보다 당원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장점이 있고 직접민주주의가 가진 장점이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직접민주주의로 바꾸겠다는 것은 맞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인터넷에선 소수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될 수 있다”라며 “인터넷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원권 확장 논의가 민주당을 위해 좋지 않은 방향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그간 민주당의 당원 배가 등 움직임은 특정 인물을 위한 것에 가까웠다”라며 “(당원권 확장이) 당원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동원된 형태로 진행돼 정당을 좌지우지하면 문제”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 대표의 방향대로 하면 민주당이 중도 확장을 할 수 없다”라며 “지금 민주당이 가는 길은 중도를 더 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당원권 강화가 곧 중도층 외면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 민주주의로 당원들의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것 자체가 중도층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500만 당원을 보유한 플랫폼 정당으로, 당원들을 강성 지지층이라 하는 것은 왜곡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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