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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법적 절차 거쳐 겨우 이뤄낸 형사 처벌
부산지법 1심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전아내 측 “실형 판결 나와야 실효성 있어”
22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415호 법정 앞에서 정하얀(44·가명)씨가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전남편 차모(44)씨의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강민 기자

22일 부산지법 415호 법정에서 진행된 차모(44)씨의 양육비 미지급 혐의 선고 공판. 재판장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다”는 주문을 읽자, 정하얀(44·가명)씨는 “나는 7년을 법원을 쫓아다녀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설움을 터뜨렸다.

정씨는 차씨의 전부인이다. 차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건 2016년이지만, 이혼하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 법원은 2019년 10월 정씨에게 친권을 주고, 전남편 차씨에게는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한 달에 70만원씩 양육비를 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혼 판결은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었다. 차씨는 판결 이후 한 번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정씨는 2021년 7월 차씨에 대해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을 신청했지만 그래도 양육비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2022년 5월엔 법원에서 감치명령이 인용됐다. 이행 명령을 받고도 세 번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최대 30일 인신을 구속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해 9월 9일 감치가 집행됐다. 정씨는 경찰과 6시간 잠복 끝에 전남편을 감치시킨 대신 시댁 식구들로부터 ‘남편 잡아넣는 독한 년’이란 말을 들어야 했다. 감치 집행 과정 중 딸이 보는 앞에서 시누이에게 머리채를 잡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한 달만 살고 나오면 되니 두고 보자”고 엄포를 놨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압박이 들어가자 차씨 측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생겼다. 감치 집행 3일 후 시어머니가 ‘먹고 떨어지라’며 처음으로 200만원을 줬다고 한다. 차씨 역시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가 시작되자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양육비를 일부 지급했다. 그래도 남은 양육비와 위자료는 약 5000만원에 달했다.

정씨는 지난 1월 차씨를 양육비 이행 확보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감치 명령을 받고도 1년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차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정씨와 이혼한 지 약 4년 반만인 이날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차씨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배 부장판사는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에 따르면 미성년자 자녀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 양육자의 성실한 양육비 지급이 필수”라면서 “피의자는 양육비 불이행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해 감치 명령도 인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는 그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죄질이 나쁘고, 그동안 양육자는 장기간 소송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배 부장판사는 그러나 “다만 감치 이후 일부 양육비를 지급하며 이행 노력한 점, 어려운 경제적 사정, 기소된 혐의 최대 법정형이 1년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며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22일 오전 9시30분 정하얀(44·가명)씨가 양육비 이행확보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전남편 차모(44)씨의 선고를 앞두고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강민 기자

정씨는 이에 “검찰의 구형량에 비해 매우 아쉬운 판결이 나왔다”며 “6년 동안 양육비를 모른 척 하던 사람이 감치와 제재로 겨우 1년치 양육비를 지급한 상황에서 집행유예는 면죄부가 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양육비 한 푼도 주지 않던 차씨가 강제성 있는 감치가 이뤄지고 나서야 양육비를 주는 시늉이라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정씨의 얘기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도 “제대로 된 실형 판결이 양육비 회수에 가장 실효성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 형사고소의 의미는 ‘제대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주는 것”이라면서 “법정형 자체가 1년으로 일반 재산 범죄에 비해 낮아 이 자체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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