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말 취재차 찾았던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 골목의 한 카페. 지금은 문을 닫았다. 현재 이 자리에는 치킨집이 들어섰다. 윤주영 기자


작년 말 취재차 찾았던 '동네 맛집'이 결국 문을 닫았다. 크로플과 아인슈페너로 유명한 가게였는데 '고물가 앞에 장사 없었다'. 폐업 전 사장님을 찾아뵀다. "기사 이후 대면으로, 전화상으로 안부를 묻는 손님이 많았다"고 근황을 전하셨다. "출산을 해서" 또는 "이사를 가서" 발길이 뜸했다며 커피 다량 구매로 미안함을 전한 손님도 있었단다. 나만 아쉬웠던 건 아니었나 보다. 2018년생이 먹기 좋게 미지근한 딸기라테를 만들어주셨던 배려가 특히 그립다.

최근 또 다른 사연을 접하며 '새 출발'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지역의 또 다른 사장님은 권리금을 포기했는데도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폐업 이후에도 감당해야 하는 빚이다. 코로나19 소상공인 상환유예 조치가 끝난 시점, 하필 고물가·고금리로 경기가 나빠졌다. 손님이 오지 않는 가게가 빚을 갚으려면 또 다른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소득이 없어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왔다. 기댈 곳은 연 10%대 이자의 카드론밖에 없었다. 불어난 빚이 형을 한계로 내몰고 있다." 그의 동생이 전했다.

두 사장님 이야기는 '1.3'이라는 숫자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를 썼던 지난달 25일 아침 '0.3'을 '1.3'으로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한참을 보고 또 봤다. 게다가 성장률을 끌어올린 동력이 내수(소비+투자)라니. 본디 통계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지만 정도가 심했다. 이후 'S사 새 휴대폰 출시 효과', '해외여행에서의 소비', '하향 수정될 것' 등 현실과 통계의 괴리를 메우려는 주석들이 달린 것을 보면 1.3이 생경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듯싶다.

반대로 정부는 그날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는 각각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정부가 GDP 설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통령실은 "내용 면에서도 민간 주도의 역동적 성장"이라 평가했고, 기획재정부는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도 "민간소비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성장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섣부른 축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성장률 전망을 2.6%로 높이면서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1분기 깜짝 성장의 영향으로 연간 GDP는 기술적으로 2% 중반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GDP 산출 기관으로서 1분기 '서프라이즈'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그래서 기준금리는 언제 내리나'에 집중될 것이다. 한은이 예상보다 높은 성장·물가 전망을 내놓으면 '인하가 멀어졌다'며 증시가 하락할 것이고, 내수 우려가 여전하다면 '금리가 곧 내리겠구나' 하고 안도 랠리를 펼칠 것이다.

나는 '통계의 이면'에 있는 두 사장님을 기억하려 한다. 정책 책임자라면 그 또한 코로나19,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연쇄충격을 받아내는 이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허용돼야 '민간 주도의 역동적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 테니까.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361 "전공의는 국가 자산, 이제는 돌아와 주길… 수련체계 고칠 것"[일문일답] 랭크뉴스 2024.05.16
26360 [단독] 출근 첫날‥김 여사 수사라인 대면 보고받아 랭크뉴스 2024.05.16
26359 삼성전자·SK하이닉스, 1분기 R&D·시설 투자 확대… 반도체 업황 회복 본격화 랭크뉴스 2024.05.16
26358 “심한 공황”이라더니…사고 후 통화하는 김호중 포착 랭크뉴스 2024.05.16
26357 정기선 부회장, HD현대 주식 더 샀다…지분 총 5.46%로 늘어 랭크뉴스 2024.05.16
26356 이재명 "중립 아니라 국정횡포 막아야"…우원식 "저도 민주당"(종합) 랭크뉴스 2024.05.16
26355 강성親明 추미애 꺾은 우원식… “국민의힘 입장에서 더 어려운 상대일수도” 랭크뉴스 2024.05.16
26354 시진핑·푸틴 "美-동맹국들 對北도발 반대…중러 군사협력 강화" 랭크뉴스 2024.05.16
26353 이마트 흑자전환…정용진 ‘본업 경쟁력 강화’ 정면승부 통했다? 랭크뉴스 2024.05.16
26352 명심·당심 누른 우원식 이변…‘이재명 일극체제’ 견제구 랭크뉴스 2024.05.16
26351 의대 증원 집행정지 기각‥"의료 개혁 중대한 영향 우려" 랭크뉴스 2024.05.16
26350 경찰, ‘김건희 여사’ 母 통장 잔고 위조 공모 불송치 결정 랭크뉴스 2024.05.16
26349 '국회의장 후보' 추미애 꺾은 우원식‥'명심' 거스른 대이변? 랭크뉴스 2024.05.16
26348 김호중 소속사 대표 "내가 운전자 바꾸라 지시‥17차 마셨다" 랭크뉴스 2024.05.16
26347 장애 아들 26년간 돌보다 살해한 엄마, 법원 선처한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16
26346 창틀은 3중창, 유리는 2중창?…98억 공사 6달째 중단 랭크뉴스 2024.05.16
26345 “얼마 안되지만…” 부천 주민센터에 2천만원 두고 사라진 남성 랭크뉴스 2024.05.16
26344 5월 중순에 '대설 특보'‥고랭지 채소 피해 랭크뉴스 2024.05.16
26343 시진핑, 푸틴에게 '오랜 친구'‥하루 종일 함께 하며 '반미 연대' 과시 랭크뉴스 2024.05.16
26342 야산에 묻고 소화전에 숨기고…마약 유통 34명 덜미 랭크뉴스 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