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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엄마가 애한테 화내고 그런 건 없고 애를 잘 챙겼어요. 운동도 시키고, 마당에 데리고 나가고 열심히 했어요."
-인근 주민 A 씨

아들을 간병 살해한 60대 여성. 인근 주민은 그녀를 "화 한번 안 내던 사람"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어디 가냐"는 자신의 질문에 "봉사 간다(요양보호사 일하러 간다)"던 여성이 잠시 후 집에 돌아와 아들 운동을 시키고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걸 봤다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하면서 자녀를 돌보던 여성이 지난 17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일하는 틈틈이 직접 '운동'도 시키고 '바깥 구경'도 시키던 30대 아들을 목 졸라 죽인 거였습니다.

무엇이 이 여성을 간병 살해로 내 몬 걸까요? 혹자는 그녀의 죄는 '사회적 참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선천성 심장병에 청각 장애까지…30년간 아들 돌본 어머니

숨진 아들은 선천성 심장병과 청각 장애, 면역 장애 등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화 기능도 좋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못 먹고 토하기 일쑤였습니다.

아들을 돌본 기간은 30년. 그 사이 그녀는 예순을 넘긴 나이가 됐습니다.

요양보호사 일과 아들 간병을 함께 하던 그녀는 지난해 9월 허리 통증으로 일을 그만뒀습니다. 증세가 조금 나아져 재취업을 준비했지만, 이번에는 아들의 상태가 나빠져 입원하게 됐습니다.

여성은 이때부터 큰 스트레스로 우울증약을 복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아침 9시쯤, 자신의 집 거실에서 아들을 숨지게 했습니다.

여성은 아들을 죽게 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남편에게 발견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겁니다.

재판부는 "가족들이 피고인의 노고와 고통을 이해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최상의 가치"라며 "회복할 수 없는 것을 빼앗아가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방 측면에서도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범행 전 투신 시도도…"무관심이 사회적 참사 불렀다"

지난 7일 충북 청주에서도 발달장애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사진은 울산장애인부모회가 어제(21일) 설치한 추모분향소.

판결문에 따르면, 여성과 아들은 투신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10층 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 했던 겁니다.

그때 아들은 베란다 난간을 꼭 붙잡았고, 모자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미수에 그친 적 있다면)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심을 가져줬어야 하는데, 사지에 몰리게끔 무방비로 내버려 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해경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장

울산장애인부모회는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참사로 이어질 때까지 관계 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사회적 지원 체계를 찾아봤어야 했고, 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7일, 충북 청주에서도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회는 각 시청과 도청 앞에 일제히 추모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지난 3년간 이런 발달장애인 관련 참사만 33건에 달합니다. 다른 종류의 장애인 참사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커질 겁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내 아이는 더 힘들게 살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간병 살해로 이어진다고 이해경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말합니다.

또 "국가가 장애 자녀를 책임지는 제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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