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커피 원두 수입 가격 지난해 견줘 46.7% 올라
“케냐 홍수 영향 …가뭄 심해지면 상승세 지속”
게티이미지뱅크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팔고 싶었는데…마음처럼 되지가 않네요”.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3년째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오창근(52)씨는 케냐 AA, 에티오피아 G1 예가체프 등 ‘프리미엄급’ 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를 한잔당 1800원에 판매한다. 비슷한 품질의 원두를 사용하는 다른 카페에 비해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자부심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원두가격 상승이 계속되며 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커피 원두 수입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가전략을 사용하던 카페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를 보면 커피 원두 수입 가격은 전월 대비 14.6%, 전년 대비 46.7%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 국제 원료 가격 정보를 보면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프렌차이즈 카페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는 지난달 평균 3938달러로 전년 연평균 가격(2592달러)에 비해 51.9% 비싸게 거래됐다. 커피 전문점 등이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지난달 평균 4866달러로 지난해 평균(3801달러)보다 28.0% 상승한 수준이다.

원두 가격이 오른 것은 이상기후로 작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세계 로부스타 원두 공급량의 1/3을 차지하는 베트남은 기록적인 가뭄을 겪고 있고, 아라비카 원두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브라질도 냉해 피해와 커피 녹병(커피 잎을 말라 죽게 하는 곰팡이의 일종)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원재료 가격 변동에 민감한 저가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하나 둘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더 벤티’는 음료 가격을 최대 500원 올렸고, ‘더 리터’는 메뉴당 평균 400원가량 올렸다.

개인 카페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동에서 4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오아무개(32) 씨는 “(도매가로) 지난해 1㎏당 2만원이었던 원두가 1년 사이에 2만5000원으로 올랐다”며 “동네 특성상 가격에 민감한 고시생이나 대학생들이 많아 아직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팔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컵, 빨대 등 부자재 가격이나 임대료 인상 역시 큰 위협이다. 서울 중구 초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아무개씨는 “일회용 컵도 1000개들이 한 박스가 4만원이었는데 4만5000원으로 올랐다”며 “하나당 5원 오른 셈이지만, 사용하고 있는 재료와 부자재들 가격이 전반적으로 모두 올라서 합치면 영향이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조씨는 “상가 임대료도 코로나 이후 2년 연속으로 3%씩 올라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원두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원두 가격 상승 요인이 7~8월 본격적으로 시장 가격에 반영되는데다 추가적인 인상 요인들도 남아있는 탓이다. 한 원두 수입업체 관계자는 “최근 케냐 홍수로 인한 영향도 곧 원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며 “여름이 다가와 주요 커피 생산지에 고온과 가뭄이 심해지면 원두 가격 상승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384 ‘집게손’ 논란, 누구의 잘못인가 랭크뉴스 2024.07.06
21383 “주님이 관두라면 관두겠다” “40세처럼 안 보이나”... 너스레 떤 바이든 랭크뉴스 2024.07.06
21382 버스·기차·배 타고 그 섬에 갔다…아들과 함께 한 저탄소 여행 [ESC] 랭크뉴스 2024.07.06
21381 與전대 '김여사 문자' 이틀째 충돌…"전대 개입" "해당 행위"(종합) 랭크뉴스 2024.07.06
21380 정부, 이란 대통령 당선인 페제시키안에 축하…”우호증진 기대” 랭크뉴스 2024.07.06
21379 "흑두루미 돌아오게 방 빼" 산란기 강제 이주 당한 '멸종 위기종' [하상윤의 멈칫] 랭크뉴스 2024.07.06
21378 "전당대회 열세 뒤집겠다고 자해극" 배현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질타 랭크뉴스 2024.07.06
21377 밤새 충청·남부지방 곳곳에 집중호우 [5시 날씨] 랭크뉴스 2024.07.06
21376 '복도 소음 시비' 이웃여성 폭행해 뇌출혈…20대 2명 실형 랭크뉴스 2024.07.06
21375 서울역 옆 한국철도공사 건물서 불‥인명피해 없이 완진 랭크뉴스 2024.07.06
21374 대낮에 길거리서 둔기로 60대 어머니 폭행한 아들 체포 랭크뉴스 2024.07.06
21373 세계식량가격 상승세 주춤···곡물·육류↓설탕·유제품↑ 랭크뉴스 2024.07.06
21372 맛있는지 탈 나는지…풀 뜯어먹기는 도전의 역사 [ESC] 랭크뉴스 2024.07.06
21371 만취한 지인 업고 내려주다 '쿵'…뇌출혈로 결국 사망, 법원 판단은 랭크뉴스 2024.07.06
21370 이란 대통령에 ‘개혁파’ 페제시키안 당선…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랭크뉴스 2024.07.06
21369 "남편은 베테랑 운전사" 차량 사고기록 봤더니.. 랭크뉴스 2024.07.06
21368 러시아, 우크라 에너지 시설 또 공습… 북동부 수미 지역 타격 랭크뉴스 2024.07.06
21367 범죄영화서 보던 '신체포기 각서'에 장기매매 협박까지... 그 학원엔 무슨 일이 [사건 플러스] 랭크뉴스 2024.07.06
21366 한동훈,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전대 개입이나 당무 개입” 랭크뉴스 2024.07.06
21365 개혁파로 이란 대통령 당선 ‘이변’ 페제시키안 누구? 랭크뉴스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