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가와사키중공업, 유족에 1538만원 배상해야
유족 “피해자가 80년 전 피해 증명해야 하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상기씨의 유족이 22일 광주지법에서 전범기업 가와사키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을 승소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한평생 강제동원 피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피해자 유족이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1심을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3단독 박상수 부장판사는 고 김상기(1927∼2015)씨의 유족 승익(66)씨가 2020년 1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옛 가와사키차량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와사키중공업이 유족 1명에게 1538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유족은 모두 8남매로, 나머지 유족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을 청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945년 2월부터 8월까지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 있는 가와사키차량주식회사로 끌려가 기관차와 무기 등을 만드는 일에 동원됐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은 김씨가 2005년 자필로 작성한 강제동원 경위서를 피해 증거로 제시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상기씨가 2005년 작성한 피해 경위서 일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 치하 응소 통보에 따라 일본국에 징용으로 끌려간 경위서’라고 이름 붙인 이 문서에는 가와사키차량주식회사 주소와 함께 18살 나이에 일본에 입국해 복무하라는 응징사(징용에 기쁘게 응한 사람이라는 의미) 영장을 전달받은 심경과 여수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경로, 미군의 폭격으로 인한 피해 등이 담겨 있다. 가와사키중공업 법률대리인은 김씨가 군수품 제조에 강제동원됐는지 확실치 않다며 피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맞서왔다. 피해자쪽 대리인인 장은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보면 재판부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씨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난 뒤 유족 승익씨는 아버지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호소했다. 승익씨는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일본에서 개도 먹지 못할 왕겨가 섞인 밥을 먹으며 고통스럽게 지냈다’는 말을 자주하셨다”며 “한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밤에는 외출을 못하셨고 우리 자녀들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승익씨는 “죽은 후에라도 한을 풀어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피해자가 80년 전 피해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현실에 국가에 대해 서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송을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019∼2020년 11개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87명이 모두 15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날 김씨를 포함한 4건만 1심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나머지 재판은 일본 기업의 무대응으로 소송서류가 송달되지 않아 장기간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195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美 "러 지원 중국기업에 조치 검토" 랭크뉴스 2024.06.01
24194 "장미 목욕 꿈꿨는데"… 치앙마이 욕조 가득 채운 벌레떼 랭크뉴스 2024.06.01
24193 바이든 "이제는 전쟁 끝낼 때…이스라엘, 3단계 휴전안 제시" 랭크뉴스 2024.06.01
24192 15세 소녀에 "같이 자자" 집적댄 남성…분노한 아빠 주먹 한방에 '사망' 랭크뉴스 2024.06.01
24191 할아버지 같은 70대 경비원 찌른 20대 입주민…범행 이유 들어보니 랭크뉴스 2024.06.01
24190 바이든 ”트럼프 사기재판 주장, 민주주의에 위협“ 랭크뉴스 2024.06.01
24189 "노출의 계절, 털과 이별" 방법 모르고 하다 벌어진 일 [건강한 가족] 랭크뉴스 2024.06.01
24188 과거에도 "32세 발목 아니다"…국과수가 본 김호중 걸음걸이 랭크뉴스 2024.06.01
24187 [단독] 특허청, 전기차 전담팀 신설… 심사 속도 빨라진다 랭크뉴스 2024.06.01
24186 엘살바도르 경찰 "대통령 취임식 폭탄테러 음모 적발" 랭크뉴스 2024.06.01
24185 ‘VIP 격노설’ 두고 대통령실 “수사권한 지적하며 야단친 것 아니겠나” 랭크뉴스 2024.06.01
24184 2038년까지 원전 더 짓는다는데…재생에너지는? 랭크뉴스 2024.06.01
24183 그날 'CCTV' 보니…김호중은 운전석에서, 길은 조수석에서 내렸다 랭크뉴스 2024.06.01
24182 유연수 '선수생명' 앗아간 음주운전자 2심도 '징역 4년'…"고통 가늠 어려워" 랭크뉴스 2024.06.01
24181 뉴질랜드 타우랑가 북동쪽 바다서 규모 6.2 지진 발생 랭크뉴스 2024.06.01
24180 남아공 ‘만델라당’, 30년 단독집권 끝났다…과반 득표 실패 랭크뉴스 2024.06.01
24179 "부잣집 딸인 줄 알았는데"…남성 5명에게 23억 뜯은 40대女의 수법 랭크뉴스 2024.06.01
24178 퇴근길 이면도로로 '만취 음주 차량' 질주‥2명 부상 랭크뉴스 2024.06.01
24177 생후 7개월 아들 살해 후 창밖 뛰어내린 친모…법원 ‘집유 선처’ 왜? 랭크뉴스 2024.06.01
24176 윤 지지율 21% 최저치…“거부권 남발” 원인에도 여전히 ‘남 탓’ 랭크뉴스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