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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추적하려고 현직 검사가 불법 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최근 무혐의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은 유 전 회장. 중앙포토
세월호 참사 수사 당시 현직 검사의 ‘유병언 불법 감청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51·사법연수원 32기)을 최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시민단체 고발 이후 5년 만에 사건을 종결하기로 하고 무혐의 불기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엄 기획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전파관리소에 감청을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4월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엄 기획관을 포함해 세월호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와 지휘라인 등 검사 6명을 고발했다.

검찰이 고발 5년 만에 결론을 짓기로 한 건 다음 달 중순 이 사건의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르면 오는 24일 고검검사(차장·부장)급 인사가 예정된 상태에서 수사 담당자가 바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사실상 수사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엄 기획관은 2014년 6월 세월호 실소유주로 지목됐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와 서울전파관리소에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구원파 본산) 주변의 간이무선국(무전기) 간 실시간 무선통신내용 확인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수사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검찰총장 명의로 작성됐다. 공문 전송 이후 전파관리소가 유 전 회장이 지도자로 있었던 구원파 시설인 금수원 주변에서 전파 탐지 기계를 실제 작동한 기록도 나왔다.

당시 검찰은 “유병언이 불법 무전기를 사용하면서 지하 땅굴로 숨어 다닌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으나, 영장 없이 민간인을 불법 감청하려던 것(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란 의혹이 번졌다. 전파관리소 측에 보낸 공문에 ‘무선통신내용 확인 요청’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감청 내용을 요청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2014년 6월 당시 대검찰청이 검찰총장 명의로 전파관리소에 보낸 수사협조 공문. 검사 결재란에 엄희준 검사의 서명이 적혀있다. 사진 참여연대
해당 의혹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정원두)는 이달 초 엄 기획관을 소환조사했다. 엄 기획관은 조사에서 “유병언 일당의 위치만 특정하려던 것으로 전파관리소의 합법적 권한 내에서 업무 협조를 부탁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법적 업무 협조’인가…검찰 판단은
통신비밀보호법 3조는 적법 절차에 따라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 등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감청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파 감시 업무’ 등 특정 목적에 한해 전파관리소 등 몇몇 기관의 감청은 예외조항으로 허가하고 있다. 전파관리소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감청 권한을 활용해 엄 기획관이 수사 협조를 요청한 만큼 합법적 업무 의뢰였다는 게 검찰의 최종 판단이다. 수사기관이 전파관리소를 통해 유 전 회장의 불법 무전기가 사용된 위치를 전달 받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는 “당시 법원도 전 국민적 관심사였던 유병언 검거를 위해 통신 영장·감청 영장을 계속 내주던 상황이라 불법 감청을 할 동기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8월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열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례식. 세월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 전 회장은 2014년 6월 시신으로 발견됐다. 중앙포토
검찰은 다만 엄 기획관이 실제 전파관리소를 통해 수집된 감청 내용을 듣거나 입수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다각도로 관련 정황과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는 청취하기만 해도 불법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엄 기획관은 전파관리소 측으로부터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위치는 없었다’는 점만 통화로 회신받았다”며 “유병언 추적 수사도 유의미한 수확 없이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엄 기획관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실이 없고, 따라서 미수범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인 셈이다. 이에 대해 고발인인 참여연대 측은 “검찰의 일방적 횡포”라며 “대상자가 유병언으로 특정된 상황에서 감청 영장을 받지 않은 것 자체가 법을 우회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4차장 유력설’ 돌 때 불기소 가닥…檢 “공교롭다”
불법 감청 의혹으로 고발된 전·현직 검사 6명 중 현직은 엄 기획관 뿐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 임정혁 전 대검 차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등 당시 지휘라인과 유병언 일가 수사팀 검사 대부분이 퇴직했기 때문이다. 중앙지검은 이들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진행했는데 대부분 “구체적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이 사건 결론이 공소시효 완성 임박, 차장·부장검사 인사철까지 맞물려 “공교로운 시점에 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엄 기획관에 대해 김건희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중앙지검 4차장으로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나오는 상황이어서다. 수사팀에선 고발 이후 5년간 담당 검사가 수차례 바뀌는 동안 “기소해도 유죄를 받긴 어렵다” “불기소하면 감당해야 할 비난이 크다” 등 어떤 결론을 내도 지탄받을 것이라는 딜레마가 커졌다고 한다.

엄 기획관은 지난해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대검 반부패기획관 등을 거친 특수통 검사로 평가된다. 평검사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수사했으며, 반부패수사1부장 시절에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현재 단성한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윤병준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등과 함께 차기 4차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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