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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묘한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을 돕고 있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관전평이다. 퇴임하면서 “잊혀지겠다”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2년 만에 회고록을 냈다. 그 직후부터 그는 『변방에서 중심으로』라는 책 제목처럼 뉴스의 중심으로 걸어들어왔다.

이제 막 퇴임한지 2년 된 직전 대통령이 현재진행형이자 민감한 외교·안보 이슈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쟁이 큰 틀이다. 정치권에선 그중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대목에 집중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책에서 인도 측이 김정숙 여사를 먼저 초청했다며 “(대통령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주장했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는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곧장 반박이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의 주장에 외교부는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인도 측 요청이 아닌 ‘셀프 초청’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간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야권의 특검 공세를 방어하느라 바빴던 국민의힘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김정숙ㆍ김건희 여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인 김혜경 여사까지 묶어 ‘3여사 특검’을 하자고 나선 것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문 전 대통령이 까마득하게 잊었던 아내의 국고 손실과 직권 남용에 대한 주범ㆍ공범 관계를 자백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움츠리던 정부ㆍ여당을 참호에서 뛰쳐나오게 한 1등 공신이 바로 문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4ㆍ10 총선도 다시 소환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참패라 할 만한 성적을 거뒀으나, PK(부산ㆍ경남)에서 선전하면서 최악은 면했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선 여당의 열세였지만, 막상 국민의힘이 30석을 얻은 반면 민주당은 4석에 그쳤다.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완패한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PK에서 더 선전했다는 평가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언급되지만, 여권에선 문 전 대통령의 등판을 꼽는 이들이 적잖다. 총선 때 문 전 대통령은 PK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 유세하면서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 “너무 못하고,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 같은 말로 맹비난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PK 선거판 전면에 나서다시피 하면서 외려 보수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야권 관계자도 “내부 분란이 생길까 봐 대놓고 말 못해도 문 전 대통령 등판이 반문(反文) 정서를 자극해 역효과가 났다고 보는 민주당 인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문 전 대통령이 여권, 특히 윤 대통령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도 새삼 이목을 끈다. 먼저 문 전 대통령의 집권 가도를 열어준 인물 중 한 명이 '검사 윤석열' 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당한 윤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은 뒤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잇달아 구속기소 해 탄핵 소추의 근거를 마련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뒤 이런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검찰총장(2019년 7월)으로 파격 기용했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윤 대통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발탁한 것도, 핍박한 것도, 그 과정에서 대권 가도를 열어젖혀 준 것도 모두 문 전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난마처럼 얽힌 두 사람의 인연 속에 퇴임 이후 잠잠하던 문 전 대통령이 최근 윤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묘한 시점에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자 야권은 술렁대고 있다. 친문계는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동을 방문한 것과 유사한 외교 일정”(진성준 의원)이라고 엄호했지만, 친명계 기류는 다르다. 한 친명계 인사는 통화에서 “한창 포위 공격 중인 아군 진영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무엇보다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초선 당선인은 “사면초가였던 정부ㆍ여당에 돌파구를 열어 준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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