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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헌법 정신 꺼내며

“거부 안 하는 게 직무유기”

‘채 상병’ 진실 규명 저버려


김건희 특검법 이은 ‘방어용’

국정기조 불변도 재확인


국회 재표결 결과에 따라

레임덕·정치적 탄핵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의 21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총선 민심에 대한 거부로 읽힌다. 총선 참패 뒤 국정 변화의 바로미터 중 하나로 이번 특검법 수용 여부가 꼽혀왔지만 결국 10번째 거부권을 꺼내들며 국정기조 불변을 재확인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이어 자신과 가족의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활용한 ‘방탄 거부권’ 행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야당과의 협치 문이 닫히면서 임기 3년 차에도 극한 대결의 정치가 반복되게 됐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발표하며 여야 합의 부재, 현재진행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야당의 특검 추천권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이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안 하면 직무유기”라며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라고 말했다. 특검에 부여되는 수사 및 소추권은 행정부의 권한이고, 입법부가 예외적으로 법을 통해 특검을 꾸리려면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민심의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철수·김웅 의원 등은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각종 조사에서도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종료 전 처리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7%였다. 반대는 19%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15%였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찬성이 57%, 반대가 29%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일상화하면서 정치적 부담은 쌓여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이미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대통령이다. 총선 참패 후에도 다시 거부권 카드를 꺼내든 점은 불통, 독선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에 ‘거대 야당 독주’라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원구성 협상, 국민의힘을 배제한 법안 강행 처리를 하더라도 야당 독주라는 부담이 크지 않은 이유는 대통령 거부권 때문”이라며 “우리가 아무리 법안을 처리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계속 사용하니 오히려 야당은 힘이 없고 대통령은 강해 보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 관련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방탄 거부권’ 비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거부했다. 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특검을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아선 건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열어두고 있다.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특검법을 연거푸 거부하면서 가족 방어용으로 헌법상 권한을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협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민주당이 국정기조 변화의 기준점으로 이번 특검법 수용을 요구해온 만큼 향후 대치 정국은 불가피하다. 입법을 통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실현의 길은 멀어졌다. 특검법 재표결 결과에 따라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도 가속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탈해 특검법이 재의결되면 정치적 탄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결돼도 이탈표 규모에 따라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과 리더십이 평가를 받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선 부결 가능성이 높더라도 표 차이가 중요하다. 이탈표 숫자가 윤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전국지표조사는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두 조사 모두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전국지표조사가 14.6%, 한국갤럽 조사가 11.2%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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