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비용 눈덩이… 심사도 수개월 걸려
해외 제품엔 세제·인증 적용 안돼
알리·테무 상품 비해 가격경쟁력↓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를 두고 정부가 혼선을 거듭하면서 국내 소상공인의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국내업체는 수백만원을 들여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을 받아야 하는 반면 직구로 들여오는 중국 등 해외 제품엔 국내 세제와 인증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역차별’ 탓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장난감을 판매하는 정동식(56)씨는 21일 “우리는 축구공 한 개를 수입해도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100만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용품과 전기제품 등을 유통하려는 국내업체는 상품 안전을 입증하기 위해 KC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신체에 직접 닿거나 유해 소재가 사용된 일부 품목은 100만원이 넘는 인증 비용을 내기도 한다. 인증을 위한 심사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재심사 결정이 나서 인증이 늦어지는 사례도 많다. 특히 전기제품 인증을 받을 때 비용이 많이 들고 심사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사업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에겐 인증 비용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업체가 KC 인증을 받지 않고 국내에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소상공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씨는 “알리와 테무가 축구공을 3000원에 팔면 우리는 죽으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마진을 고려해 정씨가 최저가로 파는 축구공의 가격은 4만~5만원대다. 알리나 테무의 경우 KC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고, 관세나 부가세 대상도 아니라 이보다 훨씬 저렴하게 상품을 팔 수 있다.

국내 소상공인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부가 애초 추진했던 대로 해외직구 상품에도 KC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제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영덕(59)씨는 “국내업체가 인증을 받는 기간에 중국 상품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들어온다”며 “인증을 받고 나중에 출시하면 경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직구 상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우려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10살난 딸과 함께 서울 창신동의 장난감 가게를 찾은 강지연(43)씨는 “가격을 떠나서 장난감처럼 아이들이 쓰는 물건은 더 철저하게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KC 인증을 필수화하면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넘어 국내 소상공인 보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리와 테무의 공습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상공인에게 임대료 등을 지원하거나 패스트트랙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KC 인증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387 직장인 68% "떠난 회사에서 부르면 다시 간다" 랭크뉴스 2024.05.24
25386 경찰, 장예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 예정 랭크뉴스 2024.05.24
25385 증언 쌓인 ‘대통령 격노설’, 이젠 직접 본 이들 조사받아야 [5월24일 뉴스뷰리핑] 랭크뉴스 2024.05.24
25384 로이터 “삼성전자 HBM칩, 발열 등으로 엔비디아 테스트 아직 통과 못해” 랭크뉴스 2024.05.24
25383 ‘VIP 격노’ 증언에 ‘김계환 녹취’까지…짙어지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랭크뉴스 2024.05.24
25382 북한인 7명·러 선박 2척 독자제재…북러 무기거래 등 관여 랭크뉴스 2024.05.24
25381 필라테스 강사 출신 개혁신당 노예슬의 분노 "악플러 전부 고소" 랭크뉴스 2024.05.24
25380 '1인 기획사' 임영웅, 지난해 234억 원 벌었다…회사 가치도 '껑충' 랭크뉴스 2024.05.24
25379 삼성전자 "모든 파트너와 HBM 관련 테스트 순조롭게 진행 중" 랭크뉴스 2024.05.24
25378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 납품 못한 삼성전자 주가 2%↓ 랭크뉴스 2024.05.24
25377 “예비군 가는데 결석 처리?”… 서울대 ‘예비군 불이익’ 논란 랭크뉴스 2024.05.24
25376 지하철서 손톱깎고 바닥에 버리기도… ‘민폐’ 눈살 랭크뉴스 2024.05.24
25375 최태원 “HBM 반도체, 미국·일본 제조 여부 계속 조사” 랭크뉴스 2024.05.24
25374 김종인 "尹과 한동훈, 조용필 '허공' 같은 사이…되돌릴 수 없는 상황" 랭크뉴스 2024.05.24
25373 교회에서 온몸 멍든 채 사망한 여고생…경찰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 랭크뉴스 2024.05.24
25372 [단독]김호중, 아이폰 3대 제출 거부…압색 후엔 비번 안 알려줬다 랭크뉴스 2024.05.24
25371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오늘 확정…27년 만의 증원 랭크뉴스 2024.05.24
25370 미국 SEC,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랭크뉴스 2024.05.24
25369 “승리하리라”… 구속 위기에 주먹 불끈 쥔 김호중, 팬들 오열 랭크뉴스 2024.05.24
25368 ‘동원 양반김’도 오른다…한묶음 1만원 돌파 랭크뉴스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