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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더 쉬고 싶다 ② 언젠가는 사직서 수리될 것③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 ④ 이번에 밀리면 마지막이라는 절박감 ⑤ 필수의료에 대한 부담감

19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스1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이 넘으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보는 것이 불가능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늦춰진다. 전국 전공의 1만여 명 가운데 1630명이 지난 2월 19일 병원을 떠났고, 20일에 6183명이 이탈했다. 지난 2월 25일 기준 이탈자는 9006명이었다.

20일에 이탈한 전공의는 이번 달 21일이 복귀 시한이지만, 이렇다 할 복귀 움직임은 없어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병원을 지키고 있는 레지던트는 전체 1만명 중 600여 명에 불과하다. 이탈 전공의 대부분이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 연기를 감수하고서라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왜 돌아오지 않고 버티는 걸까.

서울대병원 전공의 A씨에게 복귀하지 않는 이유, 복귀의 조건 등을 물었다. A씨는 “좀 더 쉬고 싶다”고 말했고, “공부는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언젠가는 사직서를 수리할 것이고, 그 이후에 의사 면허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는 나아가 정부가 전공의들을 도구로 취급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뭔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쳤다’ ‘좀 더 쉬고 싶다’는 의견이 많다. 요즘 세대는 삼성전자에 입사해도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3개월을 쉬었는데, 더 쉬고 싶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직도 피곤하고 힘들다. 그만큼 전공의 수련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전공의 업무가 힘들어도 공익과 대의가 있어서 참았는데, 이제는 대학병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

-대학병원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전공의들이 분노한 것은 정부 정책도 있지만, 다른 한 쪽으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2년 전 대학병원에 지원할 때만 해도) 환자들이 의사에게 고마워하고, 힘든 일 한다고 격려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의사를 욕한다. 내가 치료할 환자들이 나를 손가락질한다고 생각하니 상처를 받는다.”

-그동안 공부하고, 수련한 기간이 아깝지 않나.

“전공의들 머리도 좋고, 계산도 좋다. 매몰 비용(그동안 공부한 노력)을 감안해도, 대학병원에서 탈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따지면 애초에 전공의를 안했을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용기를 내서 돌아오라고 한다.

“전공의들은 실망감과 무력감 때문에 병원을 나왔다. 우리가 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하나. 전공의들이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나와서 협상을 할텐데 우리는 그럴 이유가 없다. 일부는 이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아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전공의들은 내년 의대 증원으로 손해볼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저항을 하나.

“이번에 밀리면, 다음 정권에서 또 밀린다는 절박함이 있다. 정치적인 발언권이 없이 살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무시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낙수과’라는 표현이다.”

-무슨 뜻인가.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2000명을 더 뽑으면, 힘든 과로도 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의사를 공공재라고도 했다. 전공의들을 도구로 보고, 국민 이하로 보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났다. 정부가 진심으로 전공의들에게 사과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쩔 작정인가. 정부는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는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 다른 병원으로 취업도 어렵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어렵다.

“정부가 영원히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을 수도 없지 않겠나. 우리는 오히려 정부가 면허정지를 받고, 그에 따라 사직서가 수리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의사 면허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생각이다.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밤잠 설치면서 공부해 왔다. 공부하는 건 무섭지 않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면 전공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전공의들이 돌아간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이 대다수다. 필수 의료가 힘든 것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려내는 작업 자체를 좋아한다.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사가 신이 되기를 원한다. 병원에 도착하면 당연히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지방의료원으로 가지 않는다. 4억원짜리 지방 의사 1명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고, 1억원짜리 의사 4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안줘도 된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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