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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회복 안 되자
전영현 부회장, 반도체 사업 전면에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반도체 수장’을 깜짝 교체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에서는 급박한 분위기가 읽힌다. 정기 인사 이후 반년이 채 안 돼 이뤄진 ‘원 포인트 인사’인데다, 회사가 공언한 세대교체 기조와도 들어맞지 않는 ‘올드보이’의 귀환인 탓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의 상황이 알려진 수준보다 더 나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올드보이를 소환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삼성전자 발표를 보면, 전영현(64) 부회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은 지 6개월도 채 안 돼 반도체(DS)부문장 자리로 옮기게 됐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지난해 11월 말 삼성전자가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새로 만든 조직이다. 당시 삼성에스디아이(SDI) 이사회 의장이던 전 부회장이 첫 단장을 맡았는데, 이번에 다시 반도체 수장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날 인사에서 다급함이 읽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는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측면이 컸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는 거세진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나 홀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 필수재로 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진 탓이다. 경쟁사들은 지난 3월께 엔비디아에 5세대(HBM3E)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서 4세대(HBM3)와 5세대 샘플 검증을 받는 중이다. 이번 발표를 두고 경계현 사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디에스부문장에 선임된 전영현 전 삼성에스디아이(SDI) 부회장이 2021년 3월 삼성에스디아이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했을 때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사업 전반으로 넓혀도 먹구름이 짙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간 파운드리 사업은 점유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15.5%에서 지난해 11.3%로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1분기 업황 개선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에스케이하이닉스(2조8900억원)보다 작은 1조9100억원에 그쳤다. 하이닉스의 두배에 이르는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크게 뒤처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전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에서 펼쳤던 전략을 다시 구사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선 전 부회장이 앞서 삼성에스디아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무리한 ‘몸집 불리기’ 대신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수주와 대규모 투자로 고객사를 확보한 다른 이차전지 업체와 달리, 삼성에스디아이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포기하고 사업을 재점검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가파른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미-중 분쟁으로 급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도 이런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올드보이’를 소환한 데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전 부회장은 정현호(64)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최고령 임원으로, 회사가 지난해 말 인사 때 ‘젊은 리더’와 ‘세대교체 가속화’를 강조한 것과는 대비되는 인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사는 메시지라고 하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뚜렷한 메시지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위기 국면인 만큼 인사도 보수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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