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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영현(64)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고전하는 등 반도체 부진이 삼성 위기론으로 번진 데 대한 쇄신책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1일 전 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미래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보통 12월에 이뤄지는 사장단 정기인사를 이례적으로 7개월가량 앞당겨 두 사람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인사 배경으로 ‘HBM 실기론’을 꼽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은 D램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연결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10년 전부터 HBM 기술 개발에 줄곧 투자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사로 자리를 굳혔다.

삼성전자도 초고성능 HBM3E 12단 제품을 올 2분기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이미 장악한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 인텔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아성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S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영현 삼성전자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삼성전자 제공

D램 시장 전략을 주도했던 전 신임 DS부문장은 전문성을 살려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LG반도체 출신인 그는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을 맡았다. 메모리사업부장에 이어 삼성SDI 대표이사를 지낸 뒤 지난해 말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 사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한종희·경계현 대표이사 체제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3년5개월간 반도체 사업을 이끈 경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 사장은 기존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직을 유지할 뿐 아니라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중용된 만큼 경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후속 인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다각도로 쇄신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과거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불린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일했던 김용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부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는 이날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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