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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 교체에서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사 리더십’이 연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13년 전 이 선대회장은 한여름인 7월에 이례적으로 ‘불시 인사’ 카드를 꺼내 들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회장 취임 1년 반에 접어든 이재용 회장이 이번 전격 인사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 따르면 경계현 사장은 최근 반도체(DS) 부문이 처한 위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부문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 사장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도 협의를 마쳤다고 한다. 경 사장의 사임과 새 DS부문장 선임 건은 최근 이사회에 사전 보고됐다.

이날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부사장) 역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새로 배치됐다. 김 부사장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반도체 투자 등을 담당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5월에 반도체 관련된 두 자리만 콕 짚어 바꾼 ‘원 포인트’ 인사다.



2011년 인사의 데자뷔
2011년 6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집무실로 출근하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중앙포토
2011년 이 선대회장은 삼성의 연말 인사 관례를 깨고 7월 1일 주요 계열사 사장과 임원을 불시 교체했다. 이때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장이던 장원기 사장이 교체됐다. 당시 LCD 사업부는 패널 수익성 감소 등으로 2011년에만 총 1조 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이에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을 내세우며 장 사장을 경질했다. 회사는 또 LCD 사업부를 메모리·시스템LSI 등 반도체 사업부와 모두 묶어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총괄을 신설, 당시 반도체 사업부장이던 권오현 사장에게 맡겼다. 삼성전자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끈 DS부문의 출발이 이때였다.

당시 삼성 내부에서도 여름 인사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실적이 부진했더라도 대체로 정기 인사 때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 선대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2010년 3월 사내 게시판에 “앞으로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글을 남기며 위기감을 강조했었다. 또 서초사옥에 정례적으로 나와 현안을 챙겼지만, 여전히 내부의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복귀 1년 4개월 만에 깜짝 인사를 실시한 것이다.
김영옥 기자



외부환경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렇게 탄생한 DS부문의 수장을 아들인 이재용 회장이 또 다시 깜짝 인사로 교체한 점도 주목된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 사장이 스스로 사의를 밝힌 건 사실이지만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정기 인사 때까지 기다릴 만큼 외부환경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취임 후 두 차례의 정례 인사에서 번번이 ‘안정’을 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원포인트 인사가 이 회장의 의중이 담긴 첫 인사로 본다.

삼성그룹은 최근 경영 전반에서 긴장감을 강조하고 있다.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토·일요일 중 하루는 출근하는 주6일제를 실시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과거 LCD 사업과 달리, 반도체는 삼성그룹의 미래가 달린 핵심 사업인 만큼 전 계열사가 위기 의식을 공유하라는 메시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실 반도체 실적은 지난해에 더 안 좋았고 지금은 오히려 개선되는 시점이라 단순히 실적을 문제 삼았다기 보다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강한 인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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