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사들은 환자 곁에 있어야” 의료진에 복귀 호소
지난 3월 의협회관 앞 시위 후 건강 급격히 악화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지난 19일 향년 78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양=박선영 기자

의료계 집단행동 중단을 호소했던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지난 19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경기도 김포의 한 장례식장에서 21일 만난 이 회장의 아내 신화월(77)씨는 그가 쓰러지기 전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13일 현수막을 들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 섰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지난해 모든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완화의료(질병 개선 목적이 아닌 고통을 낮추는 치료)만을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그를 버티게 한 건 ‘의사들은 환자들 곁에 돌아와야 한다’ 신념이었다고 한다. 이 회장의 마지막 외부 활동이었다.

신씨는 “남편이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날 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남편의 몸이 급격히 차가워졌다”며 “급기야는 굳어서 움직이기 힘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틀 후 이 회장은 결국 경기도 고양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했다. 신씨는 “환자단체를 이끌던 남편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해 삶의 마지막까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회장은 건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병원을 떠난 의료진에 대한 안타까움을 글로 써 내려갔다. 그는 지난달 1일 ‘요즘같이 의사들이 밥그릇 챙기기 위해서 환자들을 팽개치고 병원을 떠나고 있는 참으로 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의 글은 지난달 18일을 끝으로 더 올라오지 않았다.

신씨는 “남편은 의사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고 많은 수익을 얻었다면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들이 가진 것을 환자한테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환자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병원을 떠난 의사들에게 필요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신씨는 “남편과 함께 의료계 인사들과 대화 자리에도 참석했다”며 “의료진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게 아니다.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조금이라도 태도 변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서도 “국민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의료진을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 달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회장의 별세 소식에 환자단체들은 동요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다고 들었지만, 기자회견도 하는 것을 보며 희망을 가졌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황망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사들이 악성 댓글을 다는 힘든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목숨을 걸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며 “이 회장의 마지막 당부가 의료계에도 닿아 환자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678 세브란스병원 교수 내일부터 무기한 휴진 강행 랭크뉴스 2024.06.26
21677 세브란스병원 내일부터 '무기한 휴진'…"혼란 종식 위한 최후의 수단" 랭크뉴스 2024.06.26
21676 참사 석달 전 “아리셀 3동 인명피해 우려”…화성소방서의 경고 랭크뉴스 2024.06.26
21675 ‘아리셀 화재’ 이주노동자 ‘불법파견’이 사고 키웠나? 랭크뉴스 2024.06.26
21674 '韓핵무장' 與전대 화두로…나경원 “대표되면 당론 추진” 랭크뉴스 2024.06.26
21673 [단독] 與선관위 “전대 러닝메이트, 문제 없다” 내부 공감대…27일 공식 논의 랭크뉴스 2024.06.26
21672 '10전 10패' 신동주...신동빈 체제 더 굳건해진 '롯데' 랭크뉴스 2024.06.26
21671 "대한민국 전 분야 총파산"‥'尹 탄핵청원' 법사위 회부 랭크뉴스 2024.06.26
21670 中유학생으로 위장해 국내 잠입… 대학가 ‘산업스파이’ 적색경보 랭크뉴스 2024.06.26
21669 "장관도 차관도 '의새'‥우연?" 복지차관 진땀 해명은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6.26
21668 화성 화재 국면에… 경기지사에 ‘좌표’ 찍은 친명 랭크뉴스 2024.06.26
21667 "포스트 코로나에 결혼식는다 했더니" 출생아수 '깜짝' 반등 랭크뉴스 2024.06.26
21666 SK하이닉스, 임단협 시작… 노조 ‘8% 임금 인상’ 요구 랭크뉴스 2024.06.26
21665 [르포] '화성 화재' 영정 없는 분향소 '조용'…시민들 "안타까운 마음" 랭크뉴스 2024.06.26
21664 “세포·유전자가 신성장 동력”…최창원號 SK, 제약·바이오 협력 시동 랭크뉴스 2024.06.26
21663 연세의대 교수비대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랭크뉴스 2024.06.26
21662 '사생활 폭로' 황의조 형수 2심도 징역 3년… "진지한 반성 없어" 랭크뉴스 2024.06.26
21661 [속보] 세브란스병원 “27일 휴진 그대로 실행” 랭크뉴스 2024.06.26
21660 국회 복지위, 의료계 청문회…‘2천 명 증원 근거’ 공방 랭크뉴스 2024.06.26
21659 의사보다 연봉 높은 과학자 늘까... 출연연, 파격 대우로 석학 영입한다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