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재판부 "피해자 배부른 상태?" 묻자
"그땐 몰랐고 수사받으면서 알았다"
"우울증과 불면증 심각하다" 주장도
유족 "말도 안 되는 소리" 엄벌 호소
전북 전주지법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신한 전처를 찾아가 살해하고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이 첫 공판에서 "심신 미약 상태였다"며 "범행 당시 임신한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 김도형)는 21일 전처 B씨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 측은 공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사흘 전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 상태를 진단받았다"며 "병원 소견서에는 (피고인의) 우울증과 불면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가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임신 상태인 것을 몰랐나"라고 묻자 A씨는 "네, 몰랐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공판 도중 재판부가 A씨에게 "피해자는 배가 부른 상태였죠?"라며 B씨의 임신 사실을 인지했는지 확인하는 취지로 묻자 A씨는 "그땐 몰랐는데,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알았다"고 답했다.

A씨 주장에 법정은 술렁였다. B씨 유족이 앉은 방청석에서는 "어떻게 저런 말을" "네가 어쩜" 등이 수군거림과 함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A씨 맞은편에 앉은 검사마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만삭인 게 다 나오는데"라고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B씨 변호인은 곧장 "피해자 측도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피고인은 살인 사건 전부터 미용실을 하는 피해자를 수시로 찾아가고 돈통에서 마음대로 돈을 갖다 썼다"며 "피해자는 평소 자신이 피고인에게 살해당할 것 같다고 걱정하며 언니에게 어떻게 장례를 치러 달라고까지 말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8차례나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는데, 누가 봐도 당시 피해자는 만삭의 임산부였다"고 반박했다.

이날 B씨 언니 역시 "제 동생이 임신한 걸 몰랐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희는 계속 힘들게 살아가는데 피고인을 용서해 주면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며 "부디 법에서 정한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 10분쯤 전주시 완산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B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임신 7개월이던 B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건 직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어난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 발생 17일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범행 후 도주한 A씨를 추적, 사건 발생 약 1시간 만에 김제에서 긴급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자해를 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에 화가 나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와 1~2년 전 이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날 A씨가 재범할 우려가 있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7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연관기사
• 임신한 전처 찾아가 살해한 40대…아기는 제왕절개로 출생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2908010001760)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655 '尹탄핵 청원' 20만명 돌파, 법사위 간다…이성윤 "어서오세요" 랭크뉴스 2024.06.26
21654 ‘대전 초등교사 사망’ 악성민원 학부모 모두 불송치…교원단체 반발 랭크뉴스 2024.06.26
21653 퀴어축제 막아 배상 판결 받은 홍준표 “항소해 다시 판단 받겠다” 랭크뉴스 2024.06.26
21652 조국혁신당 “검찰 해체, 검사는 행정부 공무원으로…사표 내면 받아야” 랭크뉴스 2024.06.26
21651 조규홍 "의대 증원, 백지화 없다‥'2천 명' 증원 자신이 직접 결정" 랭크뉴스 2024.06.26
21650 “훔친 돈 갚으라” 사장 살해하고 사고사 위장한 30대 직원 구속기소 랭크뉴스 2024.06.26
21649 "내가 더 명심"… 비전 사라지고 '명비어천가'만 남은 전당대회 랭크뉴스 2024.06.26
21648 허재 아들 허웅 "전 여친 고소…결별 뒤에도 수년간 금전 협박" 랭크뉴스 2024.06.26
21647 야권 “‘대통령 격노설’ 경로에 김건희 있는지 밝혀야”…임성근·도이치 주가조작범 관계 의혹 제기 랭크뉴스 2024.06.26
21646 "범죄 조회 깨끗" '밀양 성폭행' 가담 부정에... "판결문에 이름 있는데?" 진실공방 랭크뉴스 2024.06.26
21645 "1억5000만원 위약금 물더라도 취소"…집값 치솟는 1기 신도시 무슨일 랭크뉴스 2024.06.26
21644 경찰·노동부, '31명 사상' 화성 화재 아리셀 압수수색(종합) 랭크뉴스 2024.06.26
21643 모처럼 '아기울음' 커졌다…4월 출생아 19개월 만에 증가 랭크뉴스 2024.06.26
21642 '젊은 공무원 잡으려면 31만원 올려야···' 공무원 노조 임금 인상 요구 랭크뉴스 2024.06.26
21641 "계약금 2배 주고 취소"…치솟는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 랭크뉴스 2024.06.26
21640 [현장] "신원 확인 대체 언제" 애타는 유족… 영정 없이 국화만 놓인 분향소 랭크뉴스 2024.06.26
21639 황정음 고소한 상간녀 누명 여성…"돈 목적 아냐" 1390자 호소 랭크뉴스 2024.06.26
21638 심경 밝힌 강형욱, “길에서 마주치면 어떤 말씀이든…”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6.26
21637 [속보] 경찰, ‘31명 사상’ 화성 화재 관련 아리셀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4.06.26
21636 "금두꺼비도 하늘은 못이겨"…부산 해수욕장 비명 터졌다,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