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3년 전 4곳 경찰서 신고에도 ‘수사중지’ ‘불송치’
지난해 재수사 지시…피해자 많은 서울대 TF 결성
‘n번방’ 성착취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스토킹처벌법 요구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20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대학 동문들의 졸업 사진 등을 합성해 성범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같은 학교 졸업생 2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피해자들이 서로를 찾아 나서고 함께 경찰에 고소하며 끈질기게 수사를 요청한지 3년여 만이다.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21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텔레그램에 채널과 대화방을 열어 피해자의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성범죄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3명을 구속,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6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2명이 경찰에 고소장을 냈는데, 구속된 ㄱ씨(40)와 ㄴ씨(31)는 모두 이들과 같은 학교 출신이었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피의자 ㄱ씨와 ㄴ씨는 텔레그램에서 만난 사이로 자신들이 졸업한 대학의 졸업사진이나 동문들의 사회관계망 사진을 주고받으며 성범죄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에 채널과 대화방을 개설해 공범들에게 유포했다. ㄴ씨가 피해자 사진과 신상정보를 건네면 ㄱ씨가 이를 유포하거나 피해자에게 협박 연락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고 한다. 텔레그램 방에는 최대 50명이 들어와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개설한 텔레그램방에서 활동한 공범 3명도 성범죄영상물을 두고 음란행위를 하며 이를 재촬영하거나, 또 다른 자신의 지인을 합성한 영상물을 제작한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청은 공범이 더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붙잡히기까지 피해자들의 끈질긴 수사 요구가 있었다. 피해자들은 2021년 7월부터 각각 네 군데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각 경찰서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수사중지나 불송치 결정을 했다. 피해자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다른 피해자를 찾아 나서고, 함께 자료 조사를 하거나 증거를 찾는 등 가해자를 찾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

‘엔(n)번방 사건’을 드러낸 추적단 불꽃 단(원은지씨)의 도움도 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에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수사를 지시해 일부 가해자를 붙잡았다.

처음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 루마(가명)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한 시간을 거쳐 이제야 주요 가해자가 잡힌 데 아쉬움이 크다. 아직 (잡히지 않은) 공범도 남아있다”며 “사건을 겪고 조사하면서 합성 사진을 만들고, 피해자한테 보내서 반응을 유도하고, 그걸 보며 즐기고 협박하고, 새로운 가담자를 모집해서 확장해가는 조직적인 범죄가 죄의식 없이 너무 만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이 범죄의 집요함과 복합적인 성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소속된 서울대는 이날 피해자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374 공기청정기 필터에 필로폰이 와르르… 500억원 마약 밀수입한 일당 검거 랭크뉴스 2024.06.28
22373 서울 폭염일수 ‘7360%’ 증가···전세계 도시 중 최악 랭크뉴스 2024.06.28
22372 네이버웹툰, 뉴욕증시 상장 첫날 9.5% 급등…23달러 마감 랭크뉴스 2024.06.28
22371 치과 임플란트 피해 3년간 170여 건…환급 분쟁도 증가 랭크뉴스 2024.06.28
22370 NYPD의 '한인 최초' 기록제조자 허정윤씨 경무관급 고위직 내정 랭크뉴스 2024.06.28
22369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46억 횡령했던 건보공단 팀장··· 검찰, 징역 25년 구형 랭크뉴스 2024.06.28
22368 300만원 든 지갑 주웠다가 돈쭐 맞았다…노숙인 인생역전 사연 랭크뉴스 2024.06.28
22367 광주서 음식점 업주 숨진 채 발견…배우자는 병원 치료 랭크뉴스 2024.06.28
22366 “2030년 전세계 판매 자동차 33%는 중국 자동차” 랭크뉴스 2024.06.28
22365 "오목교 말만 들어도 몸서리"… 출입국 창구 호통·불친절에 주눅든 외국인 랭크뉴스 2024.06.28
22364 70년 전 ‘쏘련군’의 귀환…푸틴이 평양 해방탑에 꽃 놓은 뜻은 랭크뉴스 2024.06.28
22363 김호중 공분 와중에…음주 사망사고 낸 50대, 그냥 보낸 경찰 랭크뉴스 2024.06.28
22362 해외 나갈 때 나도 모르게 내던 1만원 ‘그림자 세금’, 3000원 인하 랭크뉴스 2024.06.28
22361 금리인하는 언제…인플레 지표 두고 혼란스러운 Fed [글로벌 현장] 랭크뉴스 2024.06.28
22360 “무효표가 유효표 둔갑”… 울산시의회 의장 선거 ‘황당 사고’ 랭크뉴스 2024.06.28
22359 5월 생산 0.7%↓…소비·투자까지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종합) 랭크뉴스 2024.06.28
22358 "숙박비 입금했어요"‥업소 100여 곳 문자사기 당해 랭크뉴스 2024.06.28
22357 무너진 코리안드림…생일날 사준 화장품도 못 써보고 떠난 아내 랭크뉴스 2024.06.28
22356 주말 100㎜ 넘는 장대비 온다…습식 사우나 ‘찜통 더위’ 랭크뉴스 2024.06.28
22355 "키스마크는 내 잘못"…이해인, 성추행 피해자와 나눈 문자 공개 랭크뉴스 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