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중소시장엔 번지수 표지판 드물어
미로같은 골목 헤매다 대응 지연
안전 위해 지자체 내부 정비 필요
서울 성북구 한 전통시장에서 지난 17일 번지수 표지판이 구조물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관들이 표지판을 찾기 어려워 전통시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0일 서울 양천경찰서 신월1파출소에 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 전통시장인 신영시장에서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와 경적을 울리며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파출소 경찰관들이 곧바로 순찰차를 몰고 시장 입구에 도착했지만 사건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신고자는 “시장으로 빨리 와 달라”고만 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은 해당 남성을 찾기 위해 남북으로 각각 400m가량 뻗어 있는 시장을 숨차게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는 사이 같은 내용의 신고가 두 차례 더 접수됐다. 신월1파출소 관계자는 20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시장을 뒤지느라 평소 출동 시간보다 10분 더 지연됐다”고 전했다. 경찰의 112 신고 시 평균 출동 시간은 4~5분대다.

일부 소형 전통시장이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 탓에 범죄 대응과 소방 출동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 광장시장 등 대형 시장은 신고자나 경찰관이 번지수 표지판을 보고 범죄 장소를 손쉽게 찾을 수 있지만 중소규모 시장은 시설이 낙후돼 번지수 표지판이 부착된 곳이 드물다. 번지수가 표기돼 있더라도 시설물에 가려져 있는 곳도 적지 않아 경찰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영시장과 같은 골목형 ‘인정시장’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전체 면적이 3000㎡에 미치지 못하는 중간규모 시장은 인정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골목에 점포가 입주한 시장을 골목형 인정시장으로 분류한다. 서울시내 389곳의 전통시장 가운데 골목형 인정시장은 96곳이다.

골목형 인정시장은 내부가 마치 미로와 같다. 낙후된 시설과 내부 정비 미흡으로 번지수 표지판이 제대로 부착된 곳이 적다. 또 간판 없이 여러 점포가 붙어 있거나 노점상처럼 점포가 건물에 입주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감’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자연히 신고자도 범죄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다.

골목형 인정시장인 구로시장에서 만난 조모(38)씨는 “자주 다니는 상인이 아니라면 시장은 미로와도 같다”며 “번지수 대신 상점별 호수가 적혀 있지만 상인이 아니라면 정확한 위치를 알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신고자도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횟집, 삼겹살집 등으로 애매하게 신고를 한다”며 “정확한 위치를 말해 달라고 해도 번지수가 보이지 않으니 시장 안쪽이라고 말하는데 위치를 찾느라 늦게 가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을 더 활성화하려면 시장 방문객이 범죄 표적이 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양천구청은 최근 신월1파출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장 내 점포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도색으로 구역을 구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낙후된 전통시장은 경찰뿐 아니라 소방 및 구급대원의 신속한 출동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다”며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내부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035 "터널에 웬 괴기스런 글자가?" 의문 풀린 부산시민들 '경악' 랭크뉴스 2024.05.23
25034 ‘음주 뺑소니’ 김호중, 구속영장심사 연기 신청했다 기각 랭크뉴스 2024.05.23
25033 HLB·中항서, “미 FDA 허가 불발은 ‘시설’ 이슈…지적 보완해 재도전” 랭크뉴스 2024.05.23
25032 의료 재난 위기 ‘심각’, 다음 주부터 ‘외국인 의사’ 진료 본다 랭크뉴스 2024.05.23
25031 [속보] 대법원 "이혼했더라도 혼인무효 가능" 랭크뉴스 2024.05.23
25030 [속보]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배후 30대 남성 검거…구속영장 신청 예정 랭크뉴스 2024.05.23
25029 만취 운전에 2명 죽었는데… 인도 부잣집 10대 처벌은 겨우 반성문 작성 랭크뉴스 2024.05.23
25028 [속보] ‘이혼 후에도 혼인 무효 가능’ 대법원 40년 만에 판례 변경 랭크뉴스 2024.05.23
25027 [속보] 이재명 "연금개혁 여당안 수용, 21대서 처리하자"... 尹과 영수회담 제안 랭크뉴스 2024.05.23
25026 노무현의 ‘깨시민’ 놓고 “당원권 확대” “무리한 연결”…서거 15주기 동상이몽 랭크뉴스 2024.05.23
25025 트럼프 “압색 때 총기 허가해 죽을 뻔”…FBI, 곧장 반박 랭크뉴스 2024.05.23
25024 가수 박보람 사망원인 나왔다…국과수 "급성알코올중독" 랭크뉴스 2024.05.23
25023 하이브, 어도어 임시 경영진 후보에 김주영 CHRO 등 낙점 랭크뉴스 2024.05.23
25022 김호중 구속 심사 연기 요청, 법원은 ‘기각’···24일 공연 ‘무산’? 랭크뉴스 2024.05.23
25021 '징맨' 트레이너 황철순, 지인 여성 폭행으로 재판행 랭크뉴스 2024.05.23
25020 "김호중 어이없는 행위에…" 11년전 술자리 떠올린 박훈 변호사 랭크뉴스 2024.05.23
25019 尹 "금융·인프라·R&D 포함 26조 반도체산업종합지원 마련" 랭크뉴스 2024.05.23
25018 트럼프 으름장에도…美하원 法초안에 주한미군 現수준 유지 명시 랭크뉴스 2024.05.23
25017 BBQ, “물가 안정에 보탬되겠다”…‘치킨값 인상’ 고작 8일 늦춘다?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5.23
25016 초강력 온실가스 ‘메탄·아산화질소’ 한 번에 잡는 미생물 찾았다 랭크뉴스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