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감염자 수, 지난해 동기 대비 2, 3배 급증
이상고온 탓 모기 부화·생장 속도 빨라져
6만 명 이상 감염 인니, 의료시스템 과부하
"생산성 저하로 동남아 경제 악영향" 전망
인도네시아 뎅기열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지난 15일 자카르타에서 한 방역 요원이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에서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 뎅기열이 급속히 확산
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이른 무더위로 모기가 급증한 탓이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철과 우기가 오지 않은 까닭에 확산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뎅기열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보다 2, 3배 빠른 확산세



20일 동남아시아 매체를 종합하면, 올해 뎅기열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지난달까지 감염자가 6만2,000여 명으로, 작년 동기(2만2,500여 명)보다 174.9% 늘었다.
감염 사망자 수도 475명에 달해, 지난해(1~4월·170명)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발리에서 열흘간 휴가를 보낸 호주 관광객 수십 명이 대거 뎅기열에 걸려, 지역 감염병 예방통제국이 경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5만7,200여 명, 태국에서는 지난 3월까지 1만7,700여 명이 감염되는 등 발병 건수가 이미 지난해 2배를 넘어섰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4월 기준 2,585명)과 싱가포르(1분기 5,000여 명)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플라타의 국립과학연구소 실험실에서 이집트 숲모기 한 마리가 사람의 피를 빨고 있다. 라플라타=AFP 연합뉴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보유한 매개 모기(이집트 숲모기, 흰줄 숲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감염되면 3~14일(일반적으로 4~7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근골격계 통증,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면 호전되지만 중증 감염자는 사망률이 20%에 이른다. 예방 주사나 백신,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감염을 막으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동남아에서 뎅기열 확산세가 정점을 찍는 시기는 통상 10월 전후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른 봄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모기가 활발히 번식해 확산 시기가 빨라졌다
. 리리스 안도노 아흐마드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열대의학센터 박사는 싱가포르 CNA방송에 “(폭염으로)
뎅기열 매개 모기가 예년보다 더 빨리 성숙하고, 더 빨리 알을 낳고, 알마저 빠르게 부화하면서 질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추세
”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오스왈도의 한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 숲모기를 살피고 있다. 오스왈도=로이터 연합뉴스


대책 마련 나섰지만 확산 막기 역부족



각국 정부는 △지방 당국에 뎅기열 경보 발령 △모기 유충 박멸 소독제 살포 △모기장이나 모기 기피제 활용 촉구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태국 공중보건국은 모기기피제 배포를 위해 7,480만 바트(약 28억 원)를 할당했고,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는 뎅기열 바이러스를 막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를 방사했다.

다만 확산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은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도시 주요 병원 의료진은 복도에서 환자를 치료하거나 아픈 사람들을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
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감염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본다. 날이 더 더워지고 우기(6~8월)까지 지나면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뎅기열 감염자 급증이 동남아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뎅기열로 인한 고통이 커지는 곳은 개발도상국”이라며
“질병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896 속끓는 공직사회…정책 혼선 때마다 대통령실 ‘모르쇠·부처 탓’ 랭크뉴스 2024.05.23
24895 국민의힘 김웅 “그 따위 당론, 따를 수 없다” 랭크뉴스 2024.05.23
24894 ‘원포인트 인사’ 삼성, TSMC 역전·초대형 M&A 노린다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5.23
24893 잠수교 보행데크, 오세훈은 안전성보다 디자인이 중요? 랭크뉴스 2024.05.23
24892 농촌 ‘흙먼지’는 옛말…미래농업은 ‘밭’ 대신 ‘공장’ 랭크뉴스 2024.05.23
24891 아줌마·여기요·사장님?…식당 호칭의 40년 역사 랭크뉴스 2024.05.23
24890 “계속 손님 없었으면”…첫 출근날 쫓겨난 알바생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5.23
24889 대방동서 놀던 아이가 왜 노르웨이 있나...엄마는 절규했다[강주안 논설위원이 간다] 랭크뉴스 2024.05.23
24888 盧 추도식에 문재인·이재명·김경수 집결, 황우여는 문 전 대통령 예방 랭크뉴스 2024.05.23
24887 [단독] 서울시 인권위원회, 활동 줄고 법조인 ‘일색’ 랭크뉴스 2024.05.23
24886 비트코인, 6만9000달러대 숨고르기…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 ‘촉각’ 랭크뉴스 2024.05.23
24885 '재산 420조' UAE 대통령 방한…한국 투자 보따리 어디에 풀까? 랭크뉴스 2024.05.23
24884 고금리 끝낼 기미 없는 美 연준…의사록서 “예상보다 오래 금리 유지” 랭크뉴스 2024.05.23
24883 머리다쳐 꿰매도 보험금 '0원'…수슬보험금 기준은? 랭크뉴스 2024.05.23
24882 엔비디아 1분기 호실적… 젠슨 황 "블랙웰 본격 생산중" 랭크뉴스 2024.05.23
24881 美 엔비디아 "차세대 산업혁명 시작"…시간외주가 1천달러 돌파(종합2보) 랭크뉴스 2024.05.23
24880 “부산 와서 얘기해라”… 뉴스 악플에 맞선 사랑꾼 남편 랭크뉴스 2024.05.23
24879 “국방부 이첩보류 명령은 월권…기록 회수는 경찰수사 방해” 랭크뉴스 2024.05.23
24878 [단독] FIFA에도 없는 축구협회장 출마 연령 제한... 정몽규 회장 연임 위한 꼼수? 랭크뉴스 2024.05.23
24877 김호중 영장심사에도 공연 강행...15만 팬덤 무너질까 랭크뉴스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