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사를 받고 있던 2022년 6월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재판에 기관장 중 처음으로 정창길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사장은 “정부 측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증인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스스로 사퇴할 뜻을 밝힌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중남)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의 재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신문에는 정 전 사장이 공공기관장으로선 처음으로 출석했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2018년 4월 전 정부에서 임명된 11개 공공기관장에게 부당하게 사표를 제출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 전 사장은 2016년 1월 임명됐으나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2017년 9월 사직했다.

정 전 사장은 “박모 산업부 국장한테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정부 입장을 전달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입장’이 “‘포괄적으로 결정된 정부의 입장’이라고 들었다”며 “산하기관장으로서 정부 입장에 반한 선택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 측의 사퇴 압박을 견딜 수 없어 자진 사퇴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은 정 전 사장이 스스로 중부발전 입찰비리 의혹 등으로 직원이 자살하고 방만한 퇴직제도 운용으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아 힘들어했다는 진술을 공개했다. 정 전 사장이 만났던 박 국장이 검찰 조사에서 “정 전 사장은 간부 자살 사건으로 골치가 아픈데 하루빨리 관두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 전 사장이 먼저 ‘이왕 나가는 거 다른 발전 사장들과 같이 나가는 것도 모양이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도 기억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 전 사장이 정부의 사퇴 압박 때문에 사퇴한 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사퇴를 고려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진술이다.

이 진술 내용이 공개되자 정 전 사장은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는 대답만 했다.

중부발전에서는 2017년 8월 롯데건설이 중부발전 자회사에서 발주한 군산바이오 발전소 건설사업 입찰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정 전 사장이 박 국장을 만나기 2주 전에는 중부발전 건설처장이 자살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만한 퇴직제도 운용으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부적절’하다고 나왔다.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에는 또 다른 기관장인 장재원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509 사우디 “폭염 성지순례, 1301명 사망…대부분 무허가 순례자” 랭크뉴스 2024.06.24
20508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전면전 준비돼 있어... 하마스 전쟁은 계속" 랭크뉴스 2024.06.24
20507 창조과학의 신성모독 [한승훈 칼럼] 랭크뉴스 2024.06.24
20506 폭염 피해 집밖 전전하는 어르신들…"에어컨 비싸 쉽게 못틀죠" 랭크뉴스 2024.06.24
20505 '경제 체력' 약해진 유로존…외면 못한 유럽중앙은행[비즈니스포커스] 랭크뉴스 2024.06.24
20504 [이하경 칼럼] 혐오의 정치 랭크뉴스 2024.06.24
20503 “도망간 뒤 술 마셔라?”…‘김호중 방지법’ 시동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24
20502 어른 김장하와 뒷것 김민기, 그리고 뒤틀린 목재 [EDITOR's LETTER] 랭크뉴스 2024.06.24
20501 낮 최고 31도···남부 지방 오후부터 천둥·번개 랭크뉴스 2024.06.24
20500 "1600만원에 사서 되팔면 3200만원"…아무나 못 사는 '이 가방' 뭐길래? 랭크뉴스 2024.06.24
20499 조국혁신당 창당 후 최저 지지율 10.7%…尹대통령 32.1%[리얼미터] 랭크뉴스 2024.06.24
20498 러 남부 다게스탄 괴한 총기습격에 경찰 13명 포함 15명 사망 랭크뉴스 2024.06.24
20497 LG전자, KT도 올해는 한다… 69개 상장사 6월 중간배당 예고 랭크뉴스 2024.06.24
20496 괴롭힘에 신고 말고 퇴사하는 직장인들···10명 중 1명만 신고 랭크뉴스 2024.06.24
20495 한국 호텔에 꽂힌 투자 고수들[비즈니스 포커스] 랭크뉴스 2024.06.24
20494 "아이오닉5·EV9 믿는다"…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稅공제 배제 정면돌파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6.24
20493 공사비 두 배 오른 현장 ‘아우성’… “자재비·인건비 상승 대비 과도해” 랭크뉴스 2024.06.24
20492 "헌혈하는 진정한 영웅"…45년간 700회 생명 나눈 이승기씨 랭크뉴스 2024.06.24
20491 日 스가 전 총리 "새 리더 필요" 기시다 퇴진 요구 랭크뉴스 2024.06.24
20490 재도약 나서는 100명의 CEO…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1위[2024 100대 CEO] 랭크뉴스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