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현서 현대병원 병원장이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사진. 현금 100만원과 영어로 적힌 편지. 페이스북 캡처

충남 아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주노동자에게 부친 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비용을 제공한 의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이주노동자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도 돈을 모아 의사에게 갚은 뒤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산에 있는 현대병원의 박현서 원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급성 ‘갑상샘 기능 항진 발작증’으로 치료를 받은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 A씨의 사연을 전했다.

박 원장은 퇴원을 하루 앞둔 A씨가 침대에 홀로 앉아 울고 있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암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던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비행기 표를 살 돈조차 없어 좌절한 상태였다.

A씨 사연을 들은 박 원장은 100만원을 봉투에 담아 그에게 쥐여 주면서 “내가 빌려주는 거예요.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요. 빌려줬다는 얘기는 절대 아무에게도 하지 말고요”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그렇게 A씨를 보내고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고 한다.

A씨를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8개월여 지난 19일 병원에서였다. A씨는 박 원장에게 줄 게 있다면서 진료실 밖에서 간호사랑 실랑이를 벌이다 박 원장을 만나자 두꺼운 봉투와 영어로 적힌 편지를 내밀었다고 한다.

A씨는 편지에서 “선생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돌아가신 제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왔다”며 “선생님은 제게 아주 큰 도움을 줬다. (이후) 항상 선생님을 위해 기도했다”고 적었다. 또 “너무 늦게 돈을 갚아 죄송하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돈을 모아야만 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그제야 A씨가 잊지 않고 8개월 만에 돈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고선 눈물을 글썽였다”며 “눈시울이 뜨거워진 A씨도 아버지를 잘 매장해드리고 다시 입국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너무 늦게 갚아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한푼 두푼 모아서 이렇게 꼭 갚으려고 애를 쓴 걸 보니 더 눈물이 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 순수하고 정직하다. 오늘은 100만원 돈보다, A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한없이 기쁘다”고 적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220 추경호 "野 채상병청문회, 갑질 무법지대…우의장 유감표명해야" 랭크뉴스 2024.06.23
20219 한동훈, 與대표 출마 "죽기 딱 좋은 위험한 자리…용기 내어 결심" 랭크뉴스 2024.06.23
20218 “파트에서 에이스 되기” 숨진 19살 노동자, 생전 메모장 랭크뉴스 2024.06.23
20217 200만원 넘는 ‘송중기 유아차’ 입소문 탄 까닭은? 랭크뉴스 2024.06.23
20216 "매너 좋아지고 씀씀이 확 줄었다"…제주 찾은 中관광객 변화 랭크뉴스 2024.06.23
20215 김건희 여사에 안긴 투르크 국견... 정상외교에 동물이 등장할 때[문지방] 랭크뉴스 2024.06.23
20214 나경원, 당 대표 출마‥"계파 없고 사심 없어 적임자‥대선은 불출마" 랭크뉴스 2024.06.23
20213 때이른 사우나 더위 언제 꺾이나···6월 폭염일수 치솟았다 랭크뉴스 2024.06.23
20212 “머스크, 회사 女 임원과 셋째 얻어... 열두 번째 자녀 태어났다” 랭크뉴스 2024.06.23
20211 獨 뉘르부르크링서 ‘제네시스 트랙 택시’ 달린다 랭크뉴스 2024.06.23
20210 서울·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 4년째 9억원 이상 벌어져 랭크뉴스 2024.06.23
20209 불닭, 구글 검색량 역대 최고…전화위복된 ‘덴마크 리콜’? 랭크뉴스 2024.06.23
20208 공정위원장 “쿠팡 제재, 소비자 후생 증대···유튜브 7월 중 조사 마무리” 랭크뉴스 2024.06.23
20207 [속보] 나경원 "총선 패배 오판 반복할 수 없어" 당 대표 출마 선언 랭크뉴스 2024.06.23
20206 나경원 “대선 출마 안 해…미숙한 정치에 맡길 수 없다” 랭크뉴스 2024.06.23
20205 의대교수 단체 "근로자 지위 인정받기 위해 헌법소원 제기" 랭크뉴스 2024.06.23
20204 한기정 공정위원장 “국내외 기업 구별 없이 쿠팡 제재… 알리·테무 조사 곧 마무리” 랭크뉴스 2024.06.23
20203 김장겸, MBC 상대 손해배상 소송 2심도 패소‥"해임 타당" 랭크뉴스 2024.06.23
20202 [단독] 與대표 출마 ‘나경원 캠프’ 상임고문에 이주영 전 부의장 랭크뉴스 2024.06.23
20201 추경호 “민주당 채 상병 청문회, 광란의 무법지대···국회의장 유감 표명하라” 랭크뉴스 202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