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의료기관 신분증 확인 의무화 첫날인 20일 오전 9시 서울 공덕동의 한 안과. 대상포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장미란(44)씨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부터 신분증 확인이 필수”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서다.

장씨가 신분증을 놓고 왔다고 하자 간호사는 “우선 비급여로 진료받고 나중에 환급받아야 한다. 일단 금액이 3~4배가 될 텐데 괜찮으시겠냐”고 안내했다. 몇 분 뒤 장씨는 지니고 있는 줄 몰랐던 신분증을 가방에서 발견했다. 장씨는 “뉴스와 SNS를 통해 제도가 바뀐 건 알았다. 신분증을 챙긴다는 게 깜빡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병원에서 시민이 접수를 하며 모바일신분증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국 병·의원과 약국에서 ‘요양기관 본인 확인 강화 제도’가 시행됐다.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의 도용과 대여, 타인 명의 신분증을 활용한 약물 오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신분증이 없는 미성년자는 종전처럼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응급환자나 장기요양 등급 환자 등은 확인 의무가 면제된다.

신분증이 없을 경우 우선 본인 부담으로 진료비를 내고 14일 이내 확인을 거쳐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이 신분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 때문에 신분증을 놓고 온 환자와 의료진간 실랑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날 오전 방문한 서울 일대 의원 10여곳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울 가양동의 A 내과에 따르면, 오전 11시까지 방문한 환자 27명 중 신분증 미지참자는 1명뿐이었다고 한다. 이 병원의 최성미 간호조무사는 “지갑에 신분증을 넣고 다니는 어르신이 대부분이어서 그런가 대부분 신분증을 지참하긴 했다”고 말했다. 보광동의 한 치과를 방문한 차유미(46)씨는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세금이 올바르게 사용돼야 하므로 마땅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11시쯤 서울 가양동의 한 내과를 찾은 남순인(68)씨는 진료시 신분증 지참 의무화제가 시행된 사실을 몰라 집을 다시 들렀다 와야만 했다. 이찬규 기자

시행 첫날인 만큼 제도가 바뀌었는지 모르는 환자도 종종 보였다. 서울 가양동의 한 내과를 찾은 남순인(68)씨는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신분증 지참 안내 포스터를 보고 다시 집에 가서 신분증을 갖고 왔다”고 했다. 서울 한남동의 한 의원을 찾은 외국인 데이브(40)는 “본인 확인이 의무화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늘 신분증을 갖고 다녀서 내게는 아무 변화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개원가는 정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비뇨기과 전문의 한지엽씨는 “시행 취지는 동감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 하나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환급 절차도 번거로운 데다 신분증을 놓고 온 환자가 짜증을 내는 등 감정노동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제대로 홍보가 됐는지 불분명한데 과태료로 힘 없는 개원의를 압박하고 있다”며 “본인 확인과 본인 부담 진료를 모두 거부하는 환자에 대해 진료 거부를 할 때 면책이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환자가 본인 확인과 본인 부담 진료 모두를 거부하면 현행 의료법에 따른 ‘정당한 진료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215 "올 가을 결혼할 딸인데"…화성 화재 현장 찾은 유족들 오열 랭크뉴스 2024.06.25
21214 박민 KBS 사장도 행방불명…증인 불출석 탓 고발 수순 랭크뉴스 2024.06.25
21213 [단독] 검찰, '150억 부당대출 청탁 의혹' 태광그룹 前 계열사 대표 등 구속영장 청구 랭크뉴스 2024.06.25
21212 '폭주족' 구경하던 10대들, '쾅!' 날아온 차량에 날벼락 랭크뉴스 2024.06.25
21211 "달라질 것" 고개숙인 밀양‥"시장님!" 기자들은 왜?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6.25
21210 ‘참사 전조 있었는데’.. 이틀 전 배터리 화재 자체종결한 화성 공장 랭크뉴스 2024.06.25
21209 “하반기 코스피 3200 간다”…바로 ‘이것’ 때문에 낙관론 나왔다 랭크뉴스 2024.06.25
21208 모녀 살해 박학선 '계획범죄'... 결별 통보받자 연인 딸부터 노렸다 랭크뉴스 2024.06.25
21207 “치킨값 올리더니”… BBQ, 결국 세무조사에 발칵 랭크뉴스 2024.06.25
21206 '화성공장 참사' CCTV 봤더니, 최초 폭발 42초 만에‥ 랭크뉴스 2024.06.25
21205 한동훈발 ‘채 상병 특검법’에…민주당 ‘신중’, 혁신당 ‘거부’ 랭크뉴스 2024.06.25
21204 노소영 편 섰던 아들, 최태원 SK 회장과 어깨동무 '포착' 랭크뉴스 2024.06.25
21203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조희연 “대법원 제소할 것” 랭크뉴스 2024.06.25
21202 리창 中 총리, 서방 견제 강력 비판… “디커플링은 퇴행적 행동” 랭크뉴스 2024.06.25
21201 동대문 아파트 건축현장서 화재… 작업자 20여명 대피 랭크뉴스 2024.06.25
21200 성모병원 ‘휴진’ 유예…정부, 사직 전공의 ‘9월 복귀 특례’ 검토 랭크뉴스 2024.06.25
21199 세계 최초 '달 뒷면' 토양 안고 지구 복귀 성공한 중국 '창어 6호' 랭크뉴스 2024.06.25
21198 "공부 좀" "내가 더 잘했지" 고성·조롱 터져 나온 법사위... 방송3+1법 야당 단독 처리 랭크뉴스 2024.06.25
21197 지도부 출사표도 ‘명비어천가’… 일극체제 더 세졌다 랭크뉴스 2024.06.25
21196 [속보] 경찰, 화성 화재 공장 박순관 대표 등 5명 입건·출국금지 랭크뉴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