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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사 ‘강대강’ 충돌 속, 수련시간 축소 제안
의료계 “ 빼앗아 놓고 과자 쥐어주는 격”


정부의 의대증원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지 3개월째인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공의들은 수련 관련 법령에 따라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시점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에 반발하며 병원을 집단 이탈한 지 20일로 3개월이 됐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 과정 12개월 가운데 3개월을 채우지 못하면 진로에 불이익이 간다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대대수 전공의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정부는 주당 80시간인 근로시간을 60시간까지 줄이는 ‘당근’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날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에게 “지금은 각자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시점”이라며 “복귀를 망설이는 전공의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의대 증원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의료계 요구를 기각·각하 결정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 일각에서는 근무지 이탈 기간에서 1개월을 공제하고, 임의로 휴일을 수련 기간에 산정해 전공의 복귀 시한이 8월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합당한 법 해석이 아니다”며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즉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레지던트 3, 4년 차에 전문의 시험을 본다. 전문의 수련 규정상 연간 수련 기간(12개월)에서 3개월 넘게 부족하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20일 병원을 이탈했기 때문에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늦어진다. 다만 의료계는 휴가와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한 달가량 수련 기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오는 6월 20일까지 유예 기간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집단 이탈은 ‘부득이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한 달 유예는) 현장에 돌아올 때 정상 참작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모두 발언에서 전공의들에게 “원점 재검토나 전면 백지화 등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화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후통첩과 함께 전공의 수련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련 국가책임제’를 제안했다. 박 차관은 “80시간인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을 60시간까지 줄이는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당근과 채찍’에도 대다수 전공의들은 버티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의 소장 교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수련 시간 때문이 아니었다”며 “마실 물을 빼앗겨 다른 곳을 찾아서 나갔는데, 과자를 줄 테니 돌아오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을 돌아오라고 교수들이 설득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전공의들은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한성존 아산병원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돌아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전공의들이 다음 달 20일까지도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 전문의 배출 인원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내년 3·4년 차 레지던트 들이 2910명을 뽑는 전문의 시험을 치르는데, 대다수가 시험을 치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전체 1만여 전공의 중 600여 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건 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군의관·공보의 모집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군의관·공보의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채울 수 있다고 본다. 또 흉부외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원래부터 전문의 수가 적었던 과목은 지금 당장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올해 배출된 전문의 2727명 가운데 흉부외과는 30명(1.1%), 신경외과는 93명(3.4%)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들이다. 이들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가 빠져나간 이후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건수가 줄어들면서 수십억원, 수백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지출 비용을 최소화고 있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에게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사단체 등의 소송을 도맡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8일 전공의들을 향해 “법원에 탄원서 하나를 낸 적이 있느냐. 너희는 유령이냐”고 비판했다. 의협은 오는 22일 법원 결정과 관련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와 비공개 긴급 총회를 열고 총파업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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