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락가락’ 전형적 탁상행정 지적
전문가 “직구시장 구멍... 사전적 가이드라인 갖춰야”

“처음 정책이 나왔을 때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다. 시간을 갖고 결론을 내렸어야 했는데 (정부가)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국가인증통합마크(KC)를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직접구매(구매)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하자 시장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정책이 발표되자 마자 해외직구팀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방법론이 없어 난감했다”면서 “주변 상황이나 여건을 살피지 않은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중국발 장기 재고 화물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정부는 해외직구 대책을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완구 등 어린이용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등 80개 품목 제품 중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직구를 원천 차단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산업부, 관세청, 환경부 등 유관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3월 구성한 지 두 달 만에 내놓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소비자와 정치권은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정부는 사흘 만에 해당 대책을 철회한다고 번복했다.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브리핑을 열고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대로 직구해서 쓰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이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최근 들어 알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이른바 중국 쇼핑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위해 상품의 국내 유통이 늘었다는 판단에서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해외 직구액은 지난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2년 5조3000억원,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해당 대책은 중국 플랫폼을 제재하기는커녕,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오픈마켓 플랫폼 관계자는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중국 플랫폼과 자율 협약을 맺었다고 하더니, 이에 연결되는 정책으로 KC 인증 관련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KC 인증을 받으면 제품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일일이 검수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알리·테무와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유튜브 캡처

또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알리, 테무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직구도 막는 정책”이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철회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KC 인증은 CE(유럽공동체마크), UL(미국보험협회시험소인증) 등 해외 인증과 상호 호환이 안 돼 국내에 들어오는 업체라면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수용할 글로벌 기업들이 많지 않았을 거라는 게 이 관계자의 생각이다.

이 관계자는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파는 알리, 테무라면 몰라도 미국, 유럽 회사들은 한 건에 수백만 원이 드는 인증을 받으면서까지 국내에 제품을 팔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존에서 유모차를 살 때 UL 인증을 받으면 살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정책이 오히려 중국계 이커머스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전자제품을 조립해 파는 한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당 300원짜리 부품 1만 개 주문하는데, 규제를 적용하면 수백만 원을 내고 모두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일일이 인증을 받는 사이 알리, 테무는 완제품을 한 번만 인증 받아 들어올 수 있다. 중국 플랫폼은 살려주고 영세 테크기업들은 죽으라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거래가 확산하고 있어 직구 관련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직구 과정에서 위해 제품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알리, 테무를 떠나 직구 시장에 구멍이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적인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788 ‘삼천피’ 키는 外人이 쥐고있다…중소형주 ‘주목’[다음주 증시 전망] 랭크뉴스 2024.06.22
19787 트럼프 아들도 면회…"삼성은 美약탈기업" 외친 무역전사 곧 출소 [후후월드] 랭크뉴스 2024.06.22
19786 마이니치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 사장 불러 네이버 지분 인수 요청” 랭크뉴스 2024.06.22
19785 “한국 안 가요”… 태국인 ‘3대 여행지’ 한국 외면하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4.06.22
19784 [세종풍향계] 기재부 이어 산업부도 ‘닮고 싶은 상사’ 투표…엇갈린 반응 랭크뉴스 2024.06.22
19783 시금치 66%·청상추 45%…기록적 폭염에 또 도매가 급등 랭크뉴스 2024.06.22
19782 ‘파리 올림픽’ 앞 둔 센강에 식인 상어가?···‘괴물’을 만든 건 누구인가[오마주] 랭크뉴스 2024.06.22
19781 '네이버 1호 미국 상장' 네이버 웹툰, 수익성 개선·콘텐츠 확대 숙제 남았다 랭크뉴스 2024.06.22
19780 [주간코인시황] 가상자산법 시행 앞두고 불안감 커진 코인 시장 랭크뉴스 2024.06.22
19779 [OK!제보] 에어팟만 사라지는 고교…도대체 무슨 일이 랭크뉴스 2024.06.22
19778 SNS 한 줄에 휘청이는 ‘삼성 파운드리’…“이대론 2위 수성도 빨간불”[줌컴퍼니] 랭크뉴스 2024.06.22
19777 서울대병원 휴진 철회‥범의료계 오늘 첫 회의 랭크뉴스 2024.06.22
19776 서울대병원 이어 '빅5' 휴진도 철회될까… 교수들 "전략적 실패" 랭크뉴스 2024.06.22
19775 교총 신임 회장, 제자와 관계로 '품위유지위반' 징계 전력 논란 랭크뉴스 2024.06.22
19774 미국 “한국 우크라 지원 감사”…우크라엔 “공격 제한 완화” 랭크뉴스 2024.06.22
19773 '기후·열병·환율' 3중 트랩에 빠진 물가…시금치 가격 폭등에 공공요금 들썩 랭크뉴스 2024.06.22
19772 [지방소멸 경고등] '산업도시도 예외 없네'…잘나가던 울산에도 어두운 그늘 랭크뉴스 2024.06.22
19771 전국에 비…제주·남부 강한 장맛비 [주말 날씨] 랭크뉴스 2024.06.22
19770 남부도 장마 시작…이틀간 제주와 남부 호우·수도권에 비 랭크뉴스 2024.06.22
19769 회수 직전‥윤석열→임기훈→유재은 통화 '확인' 랭크뉴스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