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문, 회고록 "사건 당시 북 연락할 길 없었다"
형 이래진씨"서욱'대북 채널 존재한다'했고
이인영 '북 연락하면 수십번에 한번 답'밝혀"
"뻔한 거짓말에 억장 무너져,은폐 자인한 격"
2020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숨진 공무원 고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낸 회고록에서 "북한에 연락할 길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한 데 대해 이씨의 형 이래진씨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내게 북측과 연락 채널이 있다고 말했다"라며" 책 내용은 오히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했을 가능성을 더욱 굳히게 만든 자승자박격 언급"이라고 주장했다. 일문일답.
이래진씨(왼쪽)가 2022년6월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을 동생 고 이대준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

- 문 전 대통령이 17일 공개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고 이대준씨)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수신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참 답답했다.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볼 수 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고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통일부 및 국방부에 핫라인 등으로 대북 연락망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유엔사에도 있었다. 그런데 연락할 길이 없었다니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어마어마하게 난다."

-당시 북측과 대화가 끊어져 있었다는 뜻 아닐까

"아니다. 사건 당시 내가 서욱 국방부 장관을 만났을 때 서 장관이 '북한과 연락 채널이 존재한다'며'다만 군사기밀이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또 내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에 들어가 당국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이 장관은 '북한에 연락을 계속 취하고 있는데 수십번 (연락)하면 딱 한 번 응답한다'고 말했다. 대북 연락 채널이 존재한다는 것을 두 장관이 자신들 입으로 내게 말한 것이다. 이들을 부하로 거느린 대통령이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하는지 기가 막힌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당시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간 채널이 단절됐다고 했는데

"말이 안 된다. 당시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같은 일개 기업인도 북한과 돈 주고받는 얘기를 나누는 등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다. 기업도 가진 대북 연락망을 정부가 갖지 못했다는 게 수긍이 가나. 앞서 말했듯이 군과 국정원 등에 적어도 4~5개 채널이 존재했다. 말도 안되는 회고록의 주장을 접하면서 문 정부가 증거인멸 등을 통해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더욱 확신하게 된 이유는

"당시 문 정부는 사건 관련 군 통신 자료들을 삭제하는 등 은폐와 조작에 전력을 기울인 정황이 뚜렷했다. 감사원도 문 정부가 동생이 월북을 시도한 양 꾸미기 위해 첩보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하지 않았나.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주장한 변명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으니, 그럴듯한 변명을 내놓기 쉽지 않아 그냥 '북측과 연락할 길이 없었다'는, 너무나 손쉽게 반박이 가능한 변명으로 넘어가려 한 듯하다. 결국 문 정부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더욱 사게 만든 자승자박으로밖에 안 보인다."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 북측 영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사살된 뒤 시신마저 소각당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문 정부의 당시 대응이 "위법하고 부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에 구조 통지를 하지 않고, 이씨의 월북 시도로 꾸미려고 첩보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훈 전 국정원장 등 관련 당국자들은 사건 은폐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강찬호 기자 [email protected]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776 서울대병원 이어 '빅5' 휴진도 철회될까… 교수들 "전략적 실패" 랭크뉴스 2024.06.22
19775 교총 신임 회장, 제자와 관계로 '품위유지위반' 징계 전력 논란 랭크뉴스 2024.06.22
19774 미국 “한국 우크라 지원 감사”…우크라엔 “공격 제한 완화” 랭크뉴스 2024.06.22
19773 '기후·열병·환율' 3중 트랩에 빠진 물가…시금치 가격 폭등에 공공요금 들썩 랭크뉴스 2024.06.22
19772 [지방소멸 경고등] '산업도시도 예외 없네'…잘나가던 울산에도 어두운 그늘 랭크뉴스 2024.06.22
19771 전국에 비…제주·남부 강한 장맛비 [주말 날씨] 랭크뉴스 2024.06.22
19770 남부도 장마 시작…이틀간 제주와 남부 호우·수도권에 비 랭크뉴스 2024.06.22
19769 회수 직전‥윤석열→임기훈→유재은 통화 '확인' 랭크뉴스 2024.06.22
19768 '채상병 특검법' 법사위 통과‥"회수 관련 통화" 랭크뉴스 2024.06.22
19767 [연금의 고수] “실손보험 없는데”… 본인·가족 병원비 폭탄 막는 퇴직연금 랭크뉴스 2024.06.22
19766 佛 여성 표심 몰리는 '이 남자', 비결은 '안전' 키워드에 있었다 랭크뉴스 2024.06.22
19765 많이 오른 SK하닉 vs 안 오른 삼성전자… 대표 펀드매니저들에게 뭐 살지를 물어봤다 랭크뉴스 2024.06.22
19764 푸틴은 과거로, 김정은은 미래로 항했다…북러 ‘결정적 순간들’ [뒷北뉴스] 랭크뉴스 2024.06.22
19763 경북 상주서 차량 4대 추돌…천안서 젖소 10여 마리 탈출 소동 랭크뉴스 2024.06.22
19762 아버지 덕에 세계 정상, 아버지 탓에 좌절…박세리 부녀의 '골프 인생'  [이달의 스포츠 핫 피플] 랭크뉴스 2024.06.22
19761 도로 위 오류 잡는 '매의 눈'... 손복환이 꾹꾹 눌러쓴 26번째 '교통안전 보고서' 랭크뉴스 2024.06.22
19760 해병대원 특검법, 국회 법사위 통과…국민의힘 불참 속 야당 단독 표결 랭크뉴스 2024.06.22
19759 데굴데굴 굴려 동글동글 별식파티[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 랭크뉴스 2024.06.22
19758 콩팥에 파고든 조용한 살인자, 초기 증상 없는 신장암 랭크뉴스 2024.06.22
19757 금지령에도 몰래 먹었던 소고기 요리 [休·味·樂(휴·미·락)] 랭크뉴스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