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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시절 도입한 금투세… 당시엔 대상자 1만명 미만 예측
이후 금리 상승기에 개미 채권 투자 열풍…2년 만에 8배 급증
내년 금투세 시행되면 현재 비과세인 채권 자본 차익에도 과세
“지금은 금투세 대상자 어림잡아도 수만명… 피해 속출할 것”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우려하는 배경엔 작년에만 37조원 넘는 개인 매수세가 몰린 채권 시장 상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세 도입을 결정한 문재인 정권 시절만 해도 납부 대상자가 소수였으나, 이후 금리가 치솟고 채권 가격이 추락하자 채권 매입에 나선 개인이 급증했다. 자연스레 금투세 대상자도 훨씬 많아진 만큼 제도 강행에 따른 후폭풍이 상상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20일 정부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금투세 납부 대상자가 최대 수십만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 금투세 도입을 논의할 때 기저에 깔았던 ‘납부 대상자=일부 자산가’라는 전제가 지금은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과세 대상을 1만명 아래로 봤지만, 지금은 훨씬 많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세가 수월하게 국회 통과했던 것은 일부만 납부하는 세금이라는 공감대가 여야 의원 모두 있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내년 시행한다면, 대상자가 몇명인지 다시 조사해 봐야 한다. 2020년 전의 조사 결과만 가지고 섣불리 시행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최소 수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16개월간 개인이 매수한 채권 순매수액은 53조원이 넘는다. 인당 1억원을 샀다고 가정하면 금투세 대상자는 53만명에 달한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2월 금투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도입 시기가 2년 유예됐다.

‘소수 자산가에만 해당한다’던 금투세 도입 전제를 흔든 건 금리 상승이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잡고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금리 급등과 함께 반비례 관계인 채권 가격이 내려가자 채권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확 늘었다. 향후 금리가 다시 내려갈 때 자본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조5675억원이던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022년 20조6113억원, 2023년 37조5620억원으로 솟구쳤다. 불과 2년 만에 8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개미들의 채권 매입은 올해 더 적극적인 상태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개인이 사들인 채권 규모는 15조9780억원이다. 작년에는 월평균 3조원씩 순매수했는데, 올해는 4조원씩 사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동안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53조54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개미는 이 기간에 국채와 회사채를 각각 16조8846억원, 13조9111억원 수집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국채와 회사채, 기타 금융채(여전채) 등에 대한 개인의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시행을 앞둔 금융당국의 고민도 이 부분과 맞물린다. 투자자가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자 수익과 자본 차익, 만기 상환 이익이다. 현행 과세 체계에서 정부는 채권의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15.4%의 이자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채권 자본 차익과 만기 상환 이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되면 채권 자본 차익과 만기 상환 이익에도 세금이 붙는다. 채권과 해외 주식, 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해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뒤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차익은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 초과 차익은 25%(지방세 포함 27.5%)의 세금을 부과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는 이자 수익은 연 2000만원을 초과할 시 최대 49.5%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을 사는 개인은 대부분 자본 차익을 노린다”며 “그간 비과세 영역이던 자본 차익에 세금이 붙으면 채권 투자 열풍에 뛰어든 수많은 개미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투세 도입으로 채권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매매차익은 금투세, 이자 수익은 기존과 같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자수익이 다른 이자수익과 합쳐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또 물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금투세 도입 직전인 올해 말 채권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위협은 향후 신규 채권 매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일정 부분 수요 기반을 형성해 주던 개인이 위축하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낮춰주던 효과도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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