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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자만 배불리는 정책"
맘카페·IT 커뮤니티 등 강력반발
"KC인증 유일방법 아니다" 선회
내달 '소비자24'에 금지품목 등록
이정원(왼쪽 두 번째)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 직구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사흘 만에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시 해외 직접 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없던 일로 한 것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불처럼 번지고 야당은 물론 여당의 유력 당권 주자들까지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3월 초순부터 관계 부처 합동으로 야심 차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두 달간 집중 논의한 끝에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을 모르는 설익은 정책을 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온라인서 비난 봇물…1인 시위도=이달 16일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 반발이 커지고 산발적인 1인 시위까지 일어났다. 당시 정부는 KC인증이 없는 어린이용 제품 34개, 전기·생활용품 34개와 신고·승인을 받지 않은 생활화학제품 12개 등 총 80개를 다음 달 중 해외 직구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사실상 해외 직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역 맘카페에서는 “같은 제품인데도 국내·해외 가격 차이가 벌어지니 직구하는 거 아니냐”라며 “결국 국내 유통업자만 배불리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보기술(IT) 기기, 인테리어용 조명 등도 KC인증이 없으면 직구를 할 수 없게 돼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은 이제 쓰지도 못하는 것인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어린이 제품과의 경계가 불분명해 혼란스러워했고 직구를 한 후 다음 달 중 물건을 받아볼 예정이던 사람들의 문의글도 이어졌다. 17~18일에는 서울 광화문·용산 등에서 ‘직구 제한 개인 통관 제한 조치 철회하라’는 피켓을 든 1인 시위가 다수 열리기도 했고 일부 소비자들은 25일께 해외 직구 금지를 반대하는 100여 명 규모의 집회도 추진했다.

◇與 당권 주자까지 나서자 ‘백기’=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들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밤 페이스북에 “저도 가끔 해외 직구를 한다”며 “과도한 규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무식한 정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경원 당선인 역시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이 정책 실험 쥐인가”라며 정부를 질타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퇴행적 쇄국정책으로 21세기 흥선대원군이라도 되려는 건가”라며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정책 돌직구는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KC인증 없이도 직구 가능=19일 나온 정부의 보완책을 보면 소비자들은 KC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해외 직구를 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진행해온 해외 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 결과와 앞으로 추진할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 6월부터 반입을 제한할 계획이다. 가령 A사의 B유모차에서 몸에 안 좋은 물질이 검출되면 정부는 B유모차를 정부가 운영하는 소비자 종합 지원 플랫폼 ‘소비자24’에 직구 금지 물품으로 등록하고 실제 직구를 금지한다.

세부적으로 장난감·유모차·자전거·킥보드 등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충전기, 조명, 전기온수매트, 수도동결방지기, 전선 케이블 및 코드류 등 전기생활용품 34개, 가습기용 보존 처리 제품, 살균제, 목재용 보존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등 총 80개 품목이 집중 조사 대상이다.

이날 정부는 제품 안전 관리를 위해 KC인증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온라인에서는 과거에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등이 KC인증을 받았음에도 사고가 난 것을 언급하며 KC인증을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 또 미국·일본·유럽 등의 글로벌 인증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며 이를 상대국이 트집 잡아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직구를 금지할 품목을 확정하는 법률 개정도 기존의 ‘추진’에서 ‘검토’로 한발 물러났다. 16일에는 ‘국민 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위해 제품을 차단할 수 있다’는 관세법 237조에 근거해 6월 중 위해 물품 반입을 차단하고 법률 개정은 연내 신속히 추진한다고 했다.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일단 관세법 237조를 활용해 반입을 차단하고 반입 차단 물품을 확정하기 위해 법률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9일에는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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