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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왼쪽 두 번째)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방침 철회를 밝히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정부가 19일 국내 안전 인증(KC)이 없는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은 소비자 반발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력한 ‘사전 규제’를 예고했던 정부가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후 규제’로 급선회하면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해외 초저가 제품의 안전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있어, 사후 규제의 실효성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KC 미인증 제품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조처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차장은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80개 품목에 대해 관세청, 환경부와 함께 합동 위해성 검사를 하고 위해성이 높은 제품은 차단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 온수 매트·전기 욕조 등 34개 전기·생활용품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정식 수입되는 제품과 달리 별도의 안전 인증을 거치지 않고 국내에 들어와 기준치의 수백배에 달하는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국내 유통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1조647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중국 비중은 57%에 달한다.

하지만 맘카페(육아카페)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육아카페 등에는 “아동용 옷도 해외 직구가 금지되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때도 KC 인증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연합(EU) 안전 인증받은 제품도 직구가 막히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 17일 밤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차단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무식한 정책”이라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했다.

정부가 사전 차단 규제 방침을 포기한 데는 통관 과정에서 일일이 KC 미인증 제품을 걸러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이 차장은 “80개 위해 품목을 일시에, 한꺼번에, 사전에 해외직구를 차단한다거나 금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알리·테무에서 파는 물건이 100만개가 넘는데 통관에서 일일이 KC 인증을 받았는지를 걸러내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KC 인증을 유일한 안전 기준으로 두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 선회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됐다. 사후 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 처장은 “중금속 오염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뒤에 사후 규제하겠다는 것은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위험 제품을 걸러내는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며 “발암물질 등으로 인한 소비자 건강 피해가 나오면 퇴출에 준하는 강한 규제를 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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