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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연장 첫 홀 그린 앞 개울에 있는 작은 섬에서 샷을 준비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최경주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3오버파 74타, 최종합계 3언더파로 박상현과 연장 끝에 승리했다.

연장 첫 홀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은 빗맞았다. 짧았고 닫아 쳤다. 그린 앞을 휘도는 개울에 들어가는 듯했다. 후원사인 SK 관계자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기적처럼 볼은 개울 옆에 있는 작은 섬에 올라갔다. 섬의 크기는 가로 2m, 세로 1.5m 정도에 불과했다. 5번 우드로 친 공이 그 작은 섬에 멈춰 선 것도 희한했지만, 공이 놓인 자리가 매우 좋은 것도 놀라웠다.

최경주는 “17번 홀부터 허리가 아팠다. 스윙이 부자연스러웠다. 18번 홀에서는 공이 나가지 않더라. 남은 거리가 239야드에 맞바람이라 3번 우드로 쳐야 했다. 그래서 보기를 했다. 연장전에서도 비슷했다. 거리가 많이 남아 5번 우드를 쳤는데 당겨 쳤다. 치자마자 공이 물에 들어간 거로 알았다. 그러나 갤러리의 환호에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거로 기대했고 가 보니 공이 살아 있었다. 하나님이 좋은 라이를 주셨다”고 말했다.

한 갤러리는 “저 섬은 완도”라고 말했다. 완도 출신인 최경주를 위한 섬이라는 거였다. 또 다른 갤러리는 최경주 아일랜드라고 했다.

SK텔레콤 장지탁 스포츠 기획 팀장은 “대회 때문에 핀크스 골프장에 수도 없이 와봤지만 저 자리에 저런 섬이 있는 건 몰랐다. 없던 섬이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 곳에서 핀 1m 옆에 붙여 파세이브를 했다. 최경주는 “연장 두 번째 홀에서는 ‘주님 우승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기도했다. 컨트롤이고 뭐고 필요 없다 생각해 온 몸을 돌려 스윙했다. 이전보다 50야드 쯤 더 나가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파를 잡았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보기를 한 박상현에 승리했다.

이 날은 최경주의 54세 생일이다. 이전까지 KPGA 투어 최고령 우승은 2005년 최상호가 매경오픈에서 달성한 만 50세 4개월 25일이다. 최경주가 그 기록을 깼다. 실제로 최경주는 56세라고 한다. 최경주의 공식 출생 연도는 1970년이지만 과거 시골에서 흔히 그랬듯 호적신고를 늦게 했다는 거다. 1968년생이라고 한다.

미국 PGA 투어에서 최고령 우승은 52세 10개월 8일의 샘 스니드다.

최경주는 미국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에서 2021년 우승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뛰는 1부 투어 우승은 오래 전이다. 한국에서 마지막 우승한 건 12년 전인 2012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건 16년 전인 2008년이 마지막이다. PGA 투어 우승은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마지막이다.

최경주는 KPGA 통산 17승을 기록했다. 미국, 일본, 유럽을 합쳐 총 30승이다.
최경주. 사진 KPGA

최경주는 “오늘의 우승이 역대 최고다. 이전엔 철없을 때라. 내가 잘 난 줄 알았다. 물에 빠진 줄 알았던 볼이 그 아일랜드에 올라간 건 설명이 안 된다. 미국에서 처음 우승할때 잘못 친 볼이 갤러리 무릎에 맞아 운 좋게 버디를 하고 우승한 적도 있지만, 오늘이 압도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을 대회”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또 “몸이 아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후원사인 SK의 창립 40주년에 SK텔레콤 오픈에서 4번째 우승인데 이런 기적 속에서 우승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최경주는 5타 차 선두로 시작했으나 12번과 13번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하면서 박상현에 한 타 차로 쫓겼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 보기로 연장전에 끌려갔다. 최경주는 “후배 선수들에게 희망과 목표를 주는 대회였으면 좋겠다”고 했고 “섬의 이름은 K. J. 초이 아일랜드라고 하면 기쁘겠다”고 했다.

제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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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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