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어머니 회원들의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취임 뒤 세번째로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정치적 자유는 확장되었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며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오월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 공약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언급하지 않아 야당은 ‘맹탕 기념사’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것이 오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박금희·김용근·한강운 등 유공자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재직 중 3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한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라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을 포함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정의당과 진보당 지도부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와 2022년 기념식에서는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국민은 대통령 스스로 공약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입장을 기대했지만 올해도 답을 듣지 못했다”며 “유체이탈 화법의 기념사를 거두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약속을 지키라”며 “민주당이 제안하는 원 포인트 개헌 제안에 응답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지난 18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조국혁신당은 제7공화국 헌법 전문에 이를 새기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윤 대통령의) 약속은 그대로다. 다만 이걸 위해 원포인트 개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를 여러 번 천명했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헌법 전문 개정을 포함해 권력 구조 등) 모든 것을 녹여내는 개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통령실과 입장을 같이했다.

한겨레

이승준 기자 [email protected],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손현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