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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유발 도파민 보상회로 자극해 반복하면 중독돼
알코올·약물 중독처럼 질병 인식·치료 필요성 제기

과식과 폭식이 일종의 '음식 중독'이며 알코올·약물 중독처럼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 음식을 많이 먹으면 쾌락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보상회로를 자극해 중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자, 햄버거(사진) 같은 초가공식품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픽사베이


‘맛집’ 소개와 ‘먹방’이 주요 콘텐츠인 요즘, 과식과 폭식이 일종의 ‘음식 중독’이며 알코올·약물 중독처럼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 음식을 많이 먹으면 뇌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해 중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과학 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17일(현지 시각) ‘초가공식품’이 술·약물과 마찬가지로 중독을 유발하기 때문에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초가공식품은 자연 식재료에서 빼낸 물질을 가열, 발효 등 화학적 변형을 거치고 감미료와 방부제 등 각종 첨가물을 넣어 맛과 식감, 보존력을 높인 음식이다. 라면과 햄, 과자, 피자, 탄산음료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식품중독솔루션(FAS, Food Addiction Solutions) 공동창립자인 젠 언윈(Jen Unwin) 박사 연구진은 음식 중독에 대한 정의와 특성을 정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음식중독합의회의(IFACC)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음식 중독을 ‘초가공식품 중독’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가공식품 중독 환자는 약물 중독과 비슷한 패턴으로 특정 음식을 먹고, 음식에 집착하며, 강박적인 상태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언윈 박사는 “의학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해로운 결과가 나타남에도 이러한 식습관이 지속된다”며 “늘 피자와 도넛 같은 초가공식품이 문제이지 소고기나 브로콜리 같은 자연 식재료에 중독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학계에서는 지난 1년 간의 식습관을 기준으로 음식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인 ‘예일 음식중독 척도(Yale Food Addiction Scale)’도 마련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세계 36개국에서 나온 논문 281건을 분석해 성인의 약 14%, 청소년의 약 12%가 음식 중독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주로 중독된 음식은 초가공식품이며, 중독 수준은 술(14%), 담배(18%)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음식 중독을 일으키는 요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술은 알코올, 필로폰은 메스암페타민,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같은 주요 성분이 중독을 일으키는데, 음식은 종류가 많아 딱히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케이크나 초콜릿처럼 단 음식에 열광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떡이나 튀김처럼 고칼로리 음식에 중독된다.

또한 음식 중독과 초가공식품 중독을 동일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케이크나 감자칩 같은 초가공식품이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이 공장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소금과 설탕, 지방 함량이 높기 때문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초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면 통밀빵이나 파스타, 구운 콩, 소스처럼 몸에 좋은 음식들까지도 배제해야 한다.

자넷 케이드(Janet Cade) 영국 리즈대 교수는 지난해 9월 영국영양재단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에 식량을 공급하려면 지방과 설탕, 소금이 반드시 풍부하게 들어간 가공식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빈 메이(Robin May) 영국식품표준청 수석과학고문은 당시 “초가공식품에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든 유아용 분유, 시리얼, 비타민과 미네랄이 강화된 빵도 포함된다”며 “초가공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언윈 교수는 “초가공식품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음식 중독은 실제로 존재하며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술을 끊듯이 음식 중독 환자들도 특정 음식을 완전히 삼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듀안 멜러(Duane Mellor) 영국영양학협회 대변인은 “특정 음식을 아예 금기시하면 오히려 더 먹고 싶어진다”며 “가끔 먹되 배부름을 느끼면 먹는 것을 중단하도록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음식 중독 클리닉에서 특정 음식을 줄이거나 끊고 저탄수화물 자연 식품을 먹은 환자들은 3개월 후 폭식 현상과 체중이 줄어든 효과가 나타났다.

참고 자료

BMJ(2023), DOI: https://doi.org/10.1136/bmj-2023-075354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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