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11일 올라온 영상에서 개그맨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경북 영양의 한 제과점에 방문해 햄버거빵을 먹고 있다. 유튜브 캡처

구독자 31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 지역 비하 논란을 낳은지 일주일만에 사과했다.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피식대학 측은 문제의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만인 18일 늦은 오후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저희의 미숙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들은 "신속한 사과가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번 일과 관련된 당사자분들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직접 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숙고 끝에 오늘 사과문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식대학은 11일 개그맨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경북 영양군을 여행하며 촬영한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이들이 영양군에 위치한 제과점, 식당, 특산물 판매장 등을 돌아다니며 지역 음식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17일 오전 약 198만 회를 기록했다.

이들은 '청기·상청·진보·입암'이라는 낯선 지명이 적힌 표지판을 보고 "여기 중국 아니냐"고 비꼬는 발언을 했다. 또 시내의 제과점에서 '햄버거빵'을 먹으면서 "서울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하거나, 상호 이름이 노출된 백반집에서 식사하면서 "특색이 없다"며 폄하했다. 이밖에도 "인간적으로 (이 지역) 너무 재미가 없다" "강이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이후 지역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영상에 나온 백반집 사장이 직접 힘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사장 A씨는 17일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해 "점심 영업시간이 끝나서 손님을 안 받으려고 했지만 유명 유튜버라고 하길래 식사를 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장사가 끝났는데도 밥을 준 내가 잘못"이라며 "너무 힘들어서 가게 문을 닫고 바람 좀 쐬고 올까 고민이 든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논란 이후 '피식대학' 측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독자 31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 지역 비하 논란을 낳은지 일주일만인 18일 늦은 오후 사과문을 올렸다. 유튜브 커뮤니티 캡처

피식대학은 이후 사과문을 통해 영상에 나온 제과점과 식당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 "(백반집) 사장님께서는 처음은 실수지만 두 번째는 잘못이 되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질책과 함께 다독여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장님 모두 지금은 피해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추후 발생할 피해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양군민, 공직자, 한국전력공사 분들께 사과드리고 콘텐츠로 불쾌함을 느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된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다만 누리꾼들은 "지역 이미지와 자영업자의 생계를 망쳐놓고 뒤늦게 사과하면 끝인가", "사과 시점이 늦어서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다가 구독자가 줄어드니 사과하는 것 같다" 등 냉담하게 반응했다. 앞서 지역 비하 지적에도 피식대학 측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자 구독 취소 행렬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논란 이전 318만 명 가량이었던 구독자 수는 19일 기준 310만 명으로 8만 명 가량 줄었다.

한국일보

최은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