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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내어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올들어 넉 달만에 2조원에 육박했다. 집주인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갚아준 보증금(대위변제액)도 늘고 있는데, 이를 회수하는 비율은 10%대에 그쳤다.

17일 HUG에 따르면 올 1∼4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9062억원, 사고 건수는 8786건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한수빈 기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830억원)보다 76% 증가한 것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사고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규모(4조3347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보증사고 증가는 2021~2022년 치솟았던 빌라(연립·다세대) 전셋값이 지난해 하락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기존 세입자의 전셋값보다 새로 들어올 세입자의 전셋값이 낮아지면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어지는 이른바 ‘역전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도 늘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HUG가 올 1∼4월 집주인 대신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위변제액(8124억원)보다 55.8% 늘었다.

전세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구상권 청구나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증사고 규모가 커지면서 HUG의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0%대를 맴돌고 있다.

2019년만 해도 58%였던 전세 보증보험 대위변제액 연간 회수율(당해연도 회수금/대위변제 금액)은 2022년 말 24%, 지난해 말 14.3%로 떨어졌다. 지난해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3조5544억원을 내어줬는데, 이 중 5088억만 회수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2%로 집계됐다. HUG 관계자는 “경매 절차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위변제 이후 채권 회수까지 통상 2∼3년가량 소요된다”며 “최근 대위변제가 급증하는 추세라 회수율이 10%대로 낮아졌다”고 했다.

HUG 재정 안좋은데…정부는 ‘126%룰’ 만지작

지난해 60%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서울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지역 연립·다세대(빌라)의 전세가율은 평균 72.0%로, 올해 1월(70.4%)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빌라 전셋값은 여전히 하락세인 가운데 매매가격 시세가 전세가보다 더 떨어져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에서 빌라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광양(104%)이었다.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다는 뜻이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에 ‘깡통전세’로 분류한다. 전세가율이 다시 오른다는 것은 깡통전세, 즉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빌라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주택가격 산정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 전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빌라에서 이동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 아파트 시세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임차인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대출을 받기 위한 일종의 담보)에 가입하려면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한다. 보증 가입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세계약이 사실상 체결되기 어렵다.

정부가 보증가입 조건을 완화하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주인의 자기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조정을 받았던 빌라 전셋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보증금이 적정가보다 ‘뻥튀기’된 깡통전세의 보증 사고 리스크를 HUG가 떠안게 되는 만큼, HUG의 재정 여력을 더 악화시키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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