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이브 장원영. 뉴스1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유튜브 채널엔 멤버 장원영이 스페인의 한 빵집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먹고 싶은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바로 내 앞에서 빵이 동이 나버린 상황. 이때 장원영은 이렇게 말한다.

"새 걸로 준다. 아싸! 앞사람이 제가 사려는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럭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에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빵이 다 팔려 바로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불평하기보다 "따뜻한 빵을 받게 됐으니 행운"이라고 장원영처럼 받아들이는 것. 바로 이것이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핫한 ‘원영적 사고’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이나 ‘오히려 잘됐어’라는 긍정적 사고를 넘어선 초긍정적 사고의 흐름을 일컫는 말이다.

장원영의 긍정적인 태도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의 발언은 팬들 사이에서 패러디 되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장원영이 주문처럼 외치던 '럭키 비키'는 유행을 상징하는 밈(meme)이 됐다. '럭키 비키'는 영어단어 럭키와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를 합친 말. '운이 좋은 원영'을 뜻한다.
게임에서 꼴등했지만 뒤에서 1등이라고 즐거워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럭키 비키'를 외치는 장원영처럼 젊은이들 역시 '원영적 사고'를 통해 자기충족적 예언을 한다. 나쁜 일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나를 지키는 데 초긍정 사고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 SNS에는 젊은이들의 '원영적 사고'가 공유되고 있다. "업무 시작한 지 3일 만에 일이 쏟아지다니! 내가 신입치고 잘하는 편인가? 완전 럭키비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8년째 앨범을 안 내니까 덕질할 게 없어서 현생에 집중할 수 있잖아!'라는 식이다. 더 나아가 "저는 원영적 사고를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고, 면접에 합격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영원적 사고'의 패러디 게시물도 등장했다. 컵에 물이 반쯤 남았을 때 "반이나 남았네?" 혹은 "반 밖에 남지 않았네?" 대신에 "다 먹기에는 너무 많고, 덜 먹기에는 너무 적고, 딱 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 비키잖아"라고 하는 것이 장원영식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500만에 육박하며 화제가 됐다.

장원영 '원영적 사고' 신드롬 시작이 된 영상.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나 한편에선 '원영적 사고'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는 '정신승리'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현실을 회피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원영적 사고'의 주인공인 장원영에게도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이때 장원영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진짜다. 진짜 승리까지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낙관은 단순한 ‘정신승리’가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당분간 '원영적 사고'의 열풍은 MZ세대 사이 계속될 모양새다. 기업이나 정치인까지 '원영적 사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아모레퍼시픽의 브래든 '아윤채' 리브랜딩 세미나에 '원영적 사고'가 언급됐고, 피자헛 등 브랜드에서도 이를 활용해 홍보하고 있다. 또 원영적 사고 챗GPT도 등장했다. 장원영의 말투를 이용해 현재 처한 상황을 초긍정적으로 해석해주는 것이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504 하천 속 흘러든 마약에 물고기도 망가진다… 위협받는 생태계 랭크뉴스 2024.06.16
21503 세계의 큰 손 中이 지갑 닫자 결국 대폭 할인 나선 명품업계 랭크뉴스 2024.06.16
21502 다가오는 로봇과 AI 융합 시대, 우려 해소할 방법 찾아야 랭크뉴스 2024.06.16
21501 '밀양 성폭행' 폭로 유튜버 "가해자 중에 사진 바꿔달라 연락 와" 랭크뉴스 2024.06.16
21500 실패 확률 80%지만… 정부, ‘동해 석유’에 100억 ‘착수비’ 랭크뉴스 2024.06.16
21499 올림픽 앞두고 “센강서 용변 보겠다”는 사람들 [특파원 리포트] 랭크뉴스 2024.06.16
21498 이번이 진짜 고금리 막차? 고민하는 청년, 손짓하는 은행[경제뭔데] 랭크뉴스 2024.06.16
21497 현대차 인도법인 IPO 신청…“역대 최대” 랭크뉴스 2024.06.16
21496 23초 만에 실점,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이탈리아, 알바니아에 2 대 1 승리[유로2024XB조] 랭크뉴스 2024.06.16
21495 경북 영천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일시이동중지 명령 랭크뉴스 2024.06.16
21494 미래 화성 여행자는 신장 망가질 각오해야 한다고? 랭크뉴스 2024.06.16
21493 “존버 중인데”… 코인 600종목 ‘상장폐지’ 검토에 패닉 랭크뉴스 2024.06.16
21492 [파워금융人]⑭ 이재철 하나은행 부행장 “금융권 최초 유산정리서비스… 유언장 작성부터 상속 집행까지” 랭크뉴스 2024.06.16
21491 “월급은 그대로”… 주4일제 본격 시동에 ‘진통’ 예상 랭크뉴스 2024.06.16
21490 [우리 술과 과학]⑤ 옹기에서 숨쉬는 화요, 숨구멍 최적의 크기 찾아내 랭크뉴스 2024.06.16
21489 AI시대 노동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협동·설득·공감 능력" 랭크뉴스 2024.06.16
21488 희소병 아들 엄마 "'못 고치는 병'이라 뒷전... 사지로 몰리고 있다" 랭크뉴스 2024.06.16
21487 은행 대출한도 또 수천만원 깎인다…'2단계 스트레스DSR' 실행 랭크뉴스 2024.06.16
21486 ‘상해질병치료지원금’ 실손보험 대체재로 부상… 가입 전 확인할 3가지는? 랭크뉴스 2024.06.16
21485 의대 교수부터 개원가까지 '파업' 전운…'진짜 의료대란' 올까 랭크뉴스 202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