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고등법원, 정부 손 들어주며 '정부 승리'로 끝난 듯 보이지만
1만명 전공의 여전히 '미복귀' 의사 밝히는 중
출구전략 마련 못하고 "돌아오라"고만 외치는 정부
양측 모두 '불태운 다리' 복원하고 필수의료 위해 머리 맞대야
[서울경제]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3개월째 계속된 의정갈등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하지만 대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전히 1만명의 전공의들은 미복귀를 선언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료계는 총력 대응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정부와 의료계 모두 겪어보지 않은 의대증원을 목도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의대증원이 27년 만이 이뤄지는 절차기 때문이다. 2000년에도 2020년에도 모두 의정갈등은 모두 의료계의 승리로 종료됐다. 의료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은 모두 자리로 돌아왔다. 2020년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정부는 재응시할 기회를 부여하며 항복선언을 했다.

이제 관건은 의정갈등의 출구전략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지역·필수의료 생태계가 고사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의료계는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의료 시스템에 대해 뭐를 안다고 정책을 만드느냐”라는 비아냥을 멈춰야 한다. 이 논리는 당장 긴급수술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 메스를 잡아야 할 의사가 직접 의료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정책을 추진하는 집단이다. 의료계가 정책 입안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직접 정책의 방향타를 잡고 좌회전을 해라, 우회전을 해라라고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 해당 정책이 실패한다면, 정책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정부가 지는 것이다. 의료계는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과 관련해 ‘의정갈등을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의대증원에 찬성하고 있으며, 의료계와 정부가 반대하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가 이번 총선 결과를 의정갈등에 대한 심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와 다름이 없다.

법원의 판결을 받아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갈등 조정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인 간 고소·고발은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한 고발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금지하더라도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미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로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부여 받은 상태다. 복귀하지 않으면 행정적으로 다른 선택지는 없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는 다리를 불태운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시 철근을 박고 시멘트를 부어 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양측이 해묵은 감정싸움을 하는 사이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은 커져 가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이 볼모로 잡히고 협상의 수단으로 재단될 처지에 놓인 국민들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27년 만의 의대증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국민들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802 사망 훈련병 동료들 "쓰러지기 전 건강 이상 보고한 적 없어"(종합) 랭크뉴스 2024.06.03
22801 작년 종부세 대상자 ‘61%’ 뚝 떨어져…세액은 38% 감소한 4.2조 랭크뉴스 2024.06.03
22800 나흘만에 입 연 최태원…'질적 성장' 의지 밝히며 정면돌파 나서(종합) 랭크뉴스 2024.06.03
22799 하천가서 목줄 안한 개와 충돌한 자전거 운전자 숨져 랭크뉴스 2024.06.03
22798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부탄가스 5천600개 폭발 장소는 인도 랭크뉴스 2024.06.03
22797 ‘수사 중’ 김정숙 특검법 발의에 “김건희는?” 비판···국민의힘 지도부도 ‘신중’ 랭크뉴스 2024.06.03
22796 [단독] '채상병 사건' 국방부 재배당 전날... 군사비서관-안보실 집중 연락 랭크뉴스 2024.06.03
22795 [속보] 이원석, 김건희 여사 소환 질문에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 랭크뉴스 2024.06.03
22794 전공의 사직서 수리된다…1만명 일반의 시장에 쏟아질 듯 랭크뉴스 2024.06.03
22793 포항 앞바다 140억 배럴 발표에, 에너지 관련주 터졌는데‥ 랭크뉴스 2024.06.03
22792 [단독]국민연금 "韓증시 이대로 가면 투자 않는게 적절" 랭크뉴스 2024.06.03
22791 “매장량 많을 듯” 회신에 교차검증까지… 尹 깜짝 발표까지 랭크뉴스 2024.06.03
22790 여당 지도부 "김정숙 특검 대신 권익위"‥성일종 "특검은 민주당 논리" 랭크뉴스 2024.06.03
22789 대통령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남북 긴장 고조 랭크뉴스 2024.06.03
22788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높은 영일 앞바다 개발 소식에 ‘7광구’는? 랭크뉴스 2024.06.03
22787 [속보] 이원석, 김건희 여사 소환 질문에 "법 앞에 예외, 성역 없다" 랭크뉴스 2024.06.03
22786 “민주당이 어쩌다”… ‘이재명 꽃길’ 닦기에 당내 반발 목소리 랭크뉴스 2024.06.03
22785 동료 직원에게 음란 사진·메시지 보낸 현직 경찰관 구속 랭크뉴스 2024.06.03
22784 “불고기에 춘천닭갈비”… 김호중 ‘구치소 식단’ 화제 랭크뉴스 2024.06.03
22783 비만약 '요요 극복' 사활…月 1회 맞는 주사제 뜬다 랭크뉴스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