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당초 계획 ‘국’ 단위…최종안에선 위상 약화
“NASA 등과 협조하겠다” 당초 취지 무색
상용화 목전 ‘항공모빌리티’ 연구 적절성 논란도
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건물에 우주항공청 개청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우주항공청은 오는 27일 사천시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연합뉴스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의 조직 구조에 대한 논란이 일부 과학기술계에서 일고 있다. 우주항공청을 설립한 중요한 이유였던 ‘국제 협력’을 맡을 부서의 위상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해외 우주기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기술 교류를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민간기업이 이미 뛰어들어 상용화 목전에 이른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미래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우주항공청이 다루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발표하면서 우주항공청 조직도 초안을 공개했다. 당시 조직도를 보면 ‘우주항공 국제 협력 부문’이 ‘국’ 단위 위상을 갖는 청장 직속 조직으로 따로 편성돼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공개된 최종 조직도에서는 국제 협력 부문이 국장급인 ‘기획조정관’ 아래로 편입됐다. 위상이 축소된 것이다. 기획조정관은 기획·재정, 행정·법무와 함께 국제 협력 업무를 관장할 예정이다. 국제 협력을 ‘과’ 단위 조직에서 맡는 것으로 정리된 셈이다.

이를 두고 우주항공청의 본래 설립 의도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과학기술계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NASA 같은 해외 우주개발 기관과 협력할 ‘파트너’로 만든 것인데, 정작 국제 협력 기능은 애초 계획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우주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해나갈 때 어떤 기관이 나서야 할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우주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사안에 따라 타국 기관과 협력했다.

그러다 보니 국제 협력을 큰 그림을 갖고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 같은 현실이 우주항공청 설립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는데 정작 국제 협력 부서의 위상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것이다.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우주항공청 내에 국제 협력 부문을 국 단위 위상으로 설치하는 일을 행정안전부가 부담스러워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 내 새 조직을 만드는 일에는 행안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개발에서는 국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외국과의 조약 등을 다뤄야 할 국제 협력 부문을 축소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지적했다.

황 원장은 “국제 협력을 잘하려면 전담 부서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도 키워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에서 UAM을 주요 연구 소재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을 두고도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UAM은 이미 국내 기업에서 주요 사업으로 삼을 만큼 상용화 목전에 이르렀는데, 미래 기술을 발굴해야 할 우주항공청이 꼭 맡아서 연구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다.

우주항공청의 모델인 NASA에서도 ‘에어 택시’ 같은 UAM 연구를 하지만 방점은 첨단 기술 개발에 있다. 일례로 최근 NASA는 고성능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UAM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노력에 나서고 있다.

복수의 우주과학 분야 관계자들은 “우주항공청은 현재까지 어떤 목표를 지향할 기관인지를 명확히 천명한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UAM을 포함한 우주항공청 내 연구 과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주항공청이 UAM 연구를 한다면 민간 기업에서는 다루지 않는 선도적인 연구를 해야 하지만, 개청 일주일을 앞둔 현재까지도 그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UAM은 새로운 기술 분야가 아니다”라며 “우주항공청의 무게중심이 ‘우주’에 있는 상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597 "노후 건물에 금이 쩍쩍"‥피해신고 300건 육박 랭크뉴스 2024.06.13
20596 저커버그 집에 홀로 찾아간 이재용…메타·아마존·퀄컴 CEO와 연쇄 회동 “AI 협력 확대” 랭크뉴스 2024.06.13
20595 "황당하네"…아파트 외벽에 뜬금없는 '김대중' 세 글자,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13
20594 "중학생이 복도서 비틀비틀…술 아니었다" 교사 충격 증언 랭크뉴스 2024.06.13
20593 "알고리즘 조작" 1천4백억 최대 과징금, 쿠팡은 '맹비난' 랭크뉴스 2024.06.13
20592 [단독] "대학병원 10곳 중 최소 4곳 집단 휴진"‥우리 동네 병·의원들은? 랭크뉴스 2024.06.13
20591 대법관 후보 9명 압축…조한창·박영재·노경필 등 랭크뉴스 2024.06.13
20590 아동병원 휴진 불참에…의협회장 또 막말 "폐렴끼 병 만든 이들" 랭크뉴스 2024.06.13
20589 검찰, 113억원 빼돌린 ‘전세 사기’ 조직 무더기 기소 랭크뉴스 2024.06.13
20588 병원 노조들 “교수 집단휴진은 최악의 오판, 진료 예약 변경 직접 하시라” 랭크뉴스 2024.06.13
20587 [날씨] 금요일도 때 이른 더위 계속…서울 낮 최고 33도 랭크뉴스 2024.06.13
20586 [단독] "법무관리관 의견 들어라"‥장관의 가이드라인? 랭크뉴스 2024.06.13
20585 이재명 대북송금 재판, ‘이화영 9년6개월’ 선고 판사가 맡는다 랭크뉴스 2024.06.13
20584 “하남 사건은 ‘교제 살인’…스무살 동생 억울함 풀어 달라” 랭크뉴스 2024.06.13
20583 3호선서 돈 뜯은 '여장남자'…"또타지하철 앱 긴급신고 당부" 랭크뉴스 2024.06.13
20582 탐사수 1위 만든 알고리즘 조작… 공정위, 쿠팡에 1400억+α ‘철퇴’ 랭크뉴스 2024.06.13
20581 '휠체어 탄 손흥민'… 도 넘은 중국 합성 사진에 '부글부글' 랭크뉴스 2024.06.13
20580 새 대법관 후보 9명 압축…조한창·박영재·노경필·윤강열 등(종합) 랭크뉴스 2024.06.13
20579 한국인이 뽑은 '최애' 대통령 1위는 노무현…윤석열 대통령 순위는? 랭크뉴스 2024.06.13
20578 '유산은 독' 카이스트에 515억 기부한 정문술 전 회장 별세... 향년 86세 랭크뉴스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