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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에 정규직 보수로 생활비 감당 안돼
생계형 2잡·3잡 뛰어들어···삶의 질은 더 나빠져
소득 증가에 세율 높아지고 조율 어려움 등 단점
인플레이션 둔화·금리인하 돼야 투잡 부담 줄 듯
고물가·고금리에 점점 얇아지는 지갑.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대학 학위가 더 이상 우리 자신이나 가족을 부양할 만큼 충분한 보수를 주는 안정적인 직업을 보장하지 않아요. 학자금 대출 빚에 허덕이는 우리가 투잡(Two jobs)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미국 LA에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는 이사벨라 아자르는 자신의 틱톡 계정에서 요즘 미국 MZ(밀레니얼·Z세대)에게 퍼진 투잡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녀가 ‘투잡 현상’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은 투잡을 뛰는 이유에 있다. 투잡족이 늘어난 것은 특별히 더 부지런하거나, 자기 계발을 위해서가 아니다. 전 세계를 덮친 고금리·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지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투잡으로 내몰리게 됐다. 삶의 질도 더욱 나빠지고 있다.

투잡을 하려면 먹는 시간, 자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이미지투데이



빠듯한 생활비에 끼니 거르고 주 80시간 근무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약 813만 명이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노동력의 약 5.1%를 차지하는 수치다. 폭스비즈니스는 이에 대해 “미국인들이 두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들의 구매력을 빠르게 잠식한 고집스럽게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미국·영국 등을 제치고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된 나라’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로 유명한 호주도 ‘투잡, 쓰리잡’의 성지 중 하나다.

호주 통계국(ABS)에 따르면 2010년 63만 명 정도였던 ‘N잡러(2개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97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14일 ABC뉴스는 식사를 거르면서 오랜 시간 노동을 하는 ‘투잡족’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영상 촬영작가로 활동 중인 니콜라스 바투시그(26)는 최근 불경기에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면서 월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근로시간은 지난해 주 50시간에서 올해 70~80시간으로 늘었다. 그는 "감정적, 육체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계형 투잡'족들의 삶의 질은 높지 않다. 멜버른의 소비자 행동 법률센터에서 재무 상담 책임자로 일하는 클레어 테이컨은 “지난해 재무 상담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의 수가 전년보다 25% 늘었다”며 “내담자들은 식사를 거르고 여러 개의 일을 할 정도로 재정난에 처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투잡족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올해 추가 일자리를 얻고 싶어하는 호주인들은 3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18-24세와 35-44세 연령층에서 약 절반으로 크게 증가한다. 유독 MZ세대의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도가 높고 이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하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00만 명에 육박하는 호주의 ‘N잡러’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벨기에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인력의 5.2%에 해당하는 약 26만 명이 투잡을 뛰고 있었다. 2018년 3.8%보다 늘어난 수치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지난 3월 “포르투갈에서는 2~3개의 일을 하는 것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들이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잡 저글링(Job juggling)'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리스본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는 이사벨(38)은 “공공병원에서 주 40시간을 근무하고 한달에 2000유로(약 295만원)만 받아서는 두 딸의 육아비와 계속 오르는 식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달에 4000유로(약 589만원)을 벌기 위해 여유 시간에 개인 병원에서 추가 근로를 하며 주 60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 증가' ‘일정 조율 어려움’ 등 장벽에 부딪치는 투잡


=투잡으로 당장 생활비는 증가하겠지만 단점도 있다. 수입 증가에 따른 세금 증가가 가장 바로 피부로 와닿는 문제점이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투잡을 그만두지는 않는다. 당장의 수입 증가가 달콤하기 때문이다.

‘잡 저글링’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 하나의 일자리만 갖기로 선택하는 배경은 주로 ‘일정 관리의 어려움’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회사에 비밀로 하고 투잡을 통해 지난해 연 22만 5000달러(약 3억원)를 번 MZ세대 루크(37)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8만 달러를 더 벌기 위해 회사에 말하지 않고 원격 근무로 투잡을 뛰었다.

주 40~50시간만 일하며 성공적으로 투잡을 이어나가는 듯 했으나 올해 들어 업무에 관여하는 열정적인 상사와 승진, 가정 문제 등이 겹치며 결국 그는 두번째 일자리를 그만뒀다. 루크는 “두번째 일자리로부터 얻는 추가 수입으로 기대했던 것만큼 재정이 부양되지 못했다”며 “세율이 더 높아지며 두번째 일자리에서 번 돈의 3분의 1은 세금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고뇌하는 직장인. 이미지투데이



투잡족 해방되려면…인플레이션 둔화·금리 인하가 관건


=전세계 투잡족들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더뎌지며 대출 부담은 줄지 않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주시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는 계속해서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프 볼랜드 멜버른대 경제학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금리 인하가 가까워지면 추가 일자리를 얻을 필요성이 감소하게 된다”며 “두 가지가 선행되면 (생활비 압력이 완화되며) 이전의 단일 일자리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잡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호주의 미래노동센터에서 정책 책임자로 일하는 피오나 맥도널드는 “아르바이트와 단시간 근무제가 있는 한 여러개의 일자리를 동시에 갖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일의 기쁨과 실망’ 속에서 몸부림치곤 합니다. 그리고 이는 옆 나라와 옆의 옆 나라 직장인도 매한가지일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결코 피할 수 없는 ‘일 하는 삶’에 대해 세계의 직장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매주 토요일 ‘The World of Work’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글로벌 미생들의 관심사를 다뤄보겠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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